by조선일보 기자
2008.02.19 09:34:32
노원 하계동 장미6단지 59㎡, 올들어 3350만원이나 올라
중대형은 제자리… 세금부담·재건축 기대감에 수요 급증
[조선일보 제공] 올 들어 서울 지역의 소형 아파트 값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급면적 99㎡(30평형)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 값은 거의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데 비해 66㎡(20평형) 미만의 초소형 아파트 시세는 두자릿수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대세를 이뤘던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소형 위주로 다시 옮겨가는 모습이다. 특히 소형 아파트의 강세가 강북은 물론 강남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강북 지역 초소형 아파트 가격 급등
소형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북 지역 중에서도 66㎡ 미만의 초소형 아파트(재건축 아파트 제외) 값이 크게 올랐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서울시내 아파트값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노원구의 66㎡ 미만 아파트가 가장 높은 상승률(4.58%)을 기록했다. 다른 지역들도 상황은 거의 같았다. 도봉구(4.52%)와 금천구(4.16%), 용산구(3.51%) 역시 66㎡ 미만 아파트 가격이 다른 평형들보다 크게 올랐다.
그리고 66~99㎡(20평형대)의 경우, 초소형 주택보다 상승폭은 작지만 다른 중대형 주택(상승률 0.1%대 미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지역별로는 용산구 2.32%, 노원구 2.28%, 강북구 1.71%, 마포구 1.51%를 기록했다.
단지별로는 노원구 하계동 장미6단지 59㎡(18평형·시세 1억5250만원)가 올 들어 3350만원(28.15%) 올랐고, 상계동 주공12단지 59㎡(18평형)는 연초 이후 24.49%(3000만원) 상승해 평균 1억5250만원 정도이다. 은평구 녹번동 현대아파트 82㎡(25평형)도 같은 기간 5000만원(23.26%) 올라 평균 2억6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R부동산중개업소는 "강북지역에서도 중대형 아파트는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6억원이 넘기 때문에 세금 부담 등을 피하려고 소형 주택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그래서 같은 단지 내에서도 중대형은 가격 상승이 거의 제로(0)인 반면, 소형 주택만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상계동 B공인중개사무소는 "작년 말까지는 매물이 10가구 이상 꾸준히 나왔는데 최근에는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라며 "소형 주택에 대한 시세와 호가가 모두 올라가면서 전세 보증금도 작년 말보다 1000만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초소형 아파트 인기, 강남으로 확산
초소형 아파트 값의 상승 추세는 강남 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 아파트 59㎡(18평형)는 올 들어 13.8%(4000만원) 올라 현재 3억3000만원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주변의 다른 소형 아파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개포동 대치 아파트 46㎡(14평형)의 시세는 3억6000만원으로 연초 이후 2000만원(5.88%) 올랐고, 일원동 수서 아파트 59㎡(18평형)는 같은 기간 500만원(1.75%) 올라 3억9500만원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구의 66㎡ 미만 아파트는 올 들어 4.4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66~99㎡는 0.31%, 99㎡ 이상은 0.16~0.17%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일원동 H공인중개사무소 박모(38) 실장은 "소형평형이 세금이 적고 대출규제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까지 작용하면서 수요가 꾸준히 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급 부족·수요 급증이 가격 상승 요인
초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한 근본 이유는 이들 주택에 대한 공급 부족에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민간 건설사들은 소형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 주력해왔다. 공공 부문에서도 소형 주택이 주로 임대 아파트 형식으로 공급되면서 일반 초소형 아파트가 부족해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뉴타운 개발로 다세대 주택 철거가 본격화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재건축 규제 및 1가구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형 주택에 대한 투자수요도 늘고 있다.
상계동의 공인중개사 김모(여·46)씨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평형이 작은 아파트를 구입한 뒤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기존 보유자들은 현재 가격으로는 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매물로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및 대출 규제가 완화돼 고가 주택으로 수요가 다시 몰릴 때까지는 소형 주택 강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