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혈전이 부른 뇌경색…항응고제 알고 먹어야[뇌졸중 극복하기]

by이지현 기자
2023.11.18 13:30:55

심방세동 피떡 뇌경색 위험도 5배↑
와파린 섭취 콩류, 아보카도 피해야

서울대 의대 학사, 석·박사를 거친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현재 대한뇌졸중학회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뇌졸중 극복하기’ 연재 통해 뇌졸중이 치료 가능한 질환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미지=게티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 뇌혈관이 갑자기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은 20~30% 정도는 심장성색전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심장성색전은 말 그대로 심장에서 혈전이 만들어가는 것인데 심장내피세포 손상과 심장의 혈류정체 등으로 인해 응고계가 활성화되어 심장에서 혈관을 막는 혈전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뇌혈관으로 날아가 뇌혈관을 막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심장성색전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즉 원인은 심방세동이고, 이외에도 심장 판막질환으로 수술을 한 이후 기계판막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심장성색전뇌졸중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심방세동인데 심방세동은 좌심방의 수축이 소실되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상태로, 부정맥의 일종이다. 심방이 부르르 떠는 듯해 원활하게 혈액이 흐르지 못하고 심방에서 정체돼 혈전(피떡)이 생기고 이로 인해 뇌경색 위험도는 5배나 증가하게 된다.

심방세동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생률도 증가하는데 50세 미만은 0.5% 미만에서 발병하지만 80세 이상이 되면 10%에 이르며 심장병이 있는 경우에 더 잘 발생한다. 심방세동이 있을 경우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하다. 2018년에 보고된 뇌졸중 역학보고서에 따르면 뇌경색 환자에서 심방세동이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80세 이상에서는 30% 가 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급성 뇌경색 환자의 심방세동 유병률
그렇다면 항응고제란 무엇일까? 보통 피를 묽게 해준다고 알려진 항응고제는 말 그대로 혈전응고과정을 막기 때문에 혈전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한 와파린이 있다. 와파린은 응고작용에 관여하는 비타민K대항제로 1920~1930년대 가축들이 전동싸리를 먹고 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발견이 되었고, 이후 위스코신대학의 링크 교수가 쥐약으로 개발해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 쥐약으로 처음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후 1954년에 사람의 혈전증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약물이다. 와파린을 복용하기 시작했다면 정기적으로 혈액에서 PT-INR 수치를 확인하게 되는데 심방세동은 PT-INR 2-3 사이로 유지하고, 기계판막이 있는 경우는 2.5~3.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향후 뇌경색 발생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왜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할까. 여러 연구를 통해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하면 뇌경색 발생을 70% 정도 예방할 수 있지만,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을 먹는 경우는 20% 정도밖에 예방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항응고제를 선택해야 한다. 다만, 와파린을 복용할 경우 비타민K 가 많은 음식은 와파린 효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특히 녹색 채소, 콩류, 아보카도 등을 주의해야 하고, 여러 다른 약물과도 상호작용이 있어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 주의 사항이 많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직접 응고인자에 작용하는 비타민 K 비의존성 경구용 항응고제 (NOAC)의 개발로 비판막성 심방세동에서는 와파린의 사용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NOAC약물로는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 약물이 있는데, 다비가트란은 응고인자IIa에 작용하고 다른 세 가지 약물은 응고인자Xa에 작용한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NOAC은 하루에 1회(리바록사반, 에독사반) 혹은 2회(다비가트란, 아픽사반) 복용하게 되는데 정기적으로 PT-INR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와파린만큼 음식에 대한 제한이 없어 최근에는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경색 환자, 심방세동으로 뇌경색 발생 위험이 큰 환자에게서 처음으로 선택하는 약물이다. 뇌경색 예방 효과는 와파린과 비슷하거나 좀 더 좋고, 출혈 부작용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선호되는 약물이다. 다만, 판막질환으로 인한 심방세동, 기계 판막이 있는 경우는 와파린 복용이 필요하고, 신장에서 약물이 대사되어 제거되므로,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약물 용량 조절이나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 있고 와파린으로 변경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주기적으로 신장기능 평가가 필요하고, 몸무게도 주기적으로 확인하여 약물 용량 조절이 필요한지를 결정해야 한다.

항응고제를 복용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출혈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혈이 발생하면 약물을 중단하거나 조절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경우 바로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임의로 약물 중단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발치, 치과치료, 건강검진을 위한 내시경 등 여러 이유로 자의적으로 항응고제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자의적으로 약물을 중단한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은 2~3배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심장이 원인인 경우 뇌경색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이게 되므로 항응고제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 먼저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심장이 원인이 되는 뇌경색은 제대로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의 위험성이 굉장히 높다. 따라서, 심장에 부정맥이나 다른 이유로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빼먹지 않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약물 중단이 필요한 경우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하여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꾸준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것이 뇌경색 재발을 막는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