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특공대의 酒첩]①금강 끝자락에서 만난 서천

by김태현 기자
2017.05.06 09:48:08

금강 하구둑과 야산 잘 만든 한옥집
잘 정돈된 볼거리 기분 좋게 만들어
볼거리 만큼 먹거리도 많은 서천군

“인생은 짧고 마셔봐야 할 우리술은 많다”

‘우리술 전문가’ 이수진 술펀 대표와 프리랜서 김도연 PD와 의기투합했다. 이른바 ‘주막특공대’. ‘취함을 존중한다’(취존)는 누구네 얘기처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취존 우리술을 찾아 떠난다. 증류식 소주부터 막걸리까지 맛있는 우리술이 있다면 전국 각지 어디든지 떠난다.

충청남도 서천군 ‘문헌서원’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주막특공대 두번째 행선지인 한산소곡주의 고향 충청남도 서천군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반나절을 꼬박 달려야 겨우 도착하는 먼 곳이다. 먼 길이지만 오랜만에 보는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과 아기자기한 서천 풍경 덕에 가는 내내 지루하진 않았다.

웅포대교를 시작으로 나타나는 서천의 풍경은 마치 잘 정돈된 한옥집 같다. 금강 하구둑을 중심으로 나즈막한 언덕이 있고 그 사이사이 논과 밭이 한옥집 안뜰 마냥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도로변에 흐드러지게 핀 겹벚꽃과 모란, 철쭉 등 여러 꽃들이 아름답게 수를 놓았다.

장항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장항 전경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풍경을 즐기며 서남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장항이 나온다. 넓게 펼쳐진 뻘과 거센 바닷바람에 옆으로 누운 소나무들이 제일 먼저 반기는 곳이다.

장항에서 가장 눈길을 끌은 건 솔밭 위에 우뚝 솟은 스카이워크다. 아파트 6층 높이(15m)의 공중 산책로인 장항 스카이워크에서는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장항을 한 눈에 즐길 수 있다.

장항은 서천군에서도 아는 사람 아는 명소였다. 그러나 최근 스카이워크가 생기면서 장항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스카이워크와 함께 솔밭에서 즐기는 산림욕도 상쾌하다.



이외 신성리갈대밭과 금강하구철새도래지, 미량리동백나무숲 등 다양한 자연경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서천군 자연 관광지에서 받았던 가장 큰 인상은 정말 관광객들이 편리하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도록 도로부터 표지판까지 잘 정돈돼 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유명 관광지는 울퉁불퉁한 오래된 도로와 햇빛에 바래 하얗게 변한 표지판 탓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관광지에 대한 기대가 뚝 떨어지곤 한다. 그러나 서천군은 가는 곳마다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 세련된 표지판과 전시물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장항을 지나 이번엔 문헌서원으로 향했다. 고려말 학자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의 덕행을 추모하기 위한 서원이지만, 최근에는 한옥 호텔로 더 잘 알려졌다. 이 날은 아쉽게 예약이 모두 차 숙박은 하지 못했지만, 삼환양조장에서 마련한 한산소곡주 주례 체험은 할 수 있었다.

문헌서원에 마련된 한산소곡주 주례 체험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고즈넉한 연못 옆 누각에서 즐기는 주례 체험은 다양한 한산소곡주를 마셔보고 우리나라 전통 술 예법을 배울 수 있었다. 한산소곡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까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서천은 볼거리만큼 먹을거리도 많았다. 야산에서 나오는 다양한 나물, 저수지와 금강 하구둑에서 잡히는 민물고기, 뻘에서 잡히는 조개와 낙지, 다양한 바닷고기까지 재료가 풍부하다. 3월 주꾸미 축제, 5월 광어·도미, 9월 전어·꽃게 축제, 10월 한산소곡주 축제가 열린다.

주꾸미 철이 끝난 홍원항에는 아귀가 한창이다. 예년보다 작은 씨알이긴 하지만 수산물직판장을 가득 채울 만큼 아귀가 많았다. 아귀로 어떻게 먹어야 하느냐고 물어보니 콩나물과 함께 얼큰하게 끓여내는 아귀탕도 좋고, 바닷바람에 꾸둑하게 말려 포로 먹어도 좋단다.

서천 지역 향토음식을 한번에 즐기고 싶다면 농가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농촌진흥청의 농촌 부흥 사업인 농가맛집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향토음식을 판매한다. 서천군 농가맛집인 ‘화양연화’는 금강하구둑과 서해에서 잡힌 재료로 화려한 상차림을 선보인다.

서천군 홍원항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