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등록금 인상률 '0%'대···대학들 6년째 울며겨자먹기 동결

by신하영 기자
2017.01.13 06:30:00

국가장학금 4800억 등록금 동결·인하 대학만 지원
서울대 등심위 올해 등록금 0.36% 인하 합의
대학들 울며 겨자 먹기 ‘등록금 동결’ 동참할 듯
재정지원사업과도 연계···‘교육 질 하락’ 우려도

반값등록금국민본부를 비롯한 각 대학 총학생회가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합리적 심의과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대학별로 새해 등록금 협상이 시작됐다. 올해 법정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은 1.5%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별 등록금 인상여부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차등 지원하기로 해 대부분의 대학이 올해도 ‘등록금 동결’을 결정할 전망이다. 2011년부터 6년째 등록금 동결·인하가 이어지면서 대학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12일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이달 초부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가동에 들어갔다. 등심위는 2010년 고등교육법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등심위에는 학생위원이 30% 이상 참여한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률을 정하기에 앞서 반드시 등심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등심위를 통한 대학별 등록금 인상률은 대부분 이달 말까지 결정된다. 일찌감치 등록금 인하나 동결을 결정한 대학은 협상 타결도 빠르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 9일 2차 등심위에서 올해 등록금을 0.36%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공주대도 지난 10일 열린 등심위에서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

법적으로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상한선은 1.5%다. 대학 등록금은 2011년 9월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의해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를 초과해 올릴 수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4년 1.3% △2015년 0.7% △2016년 1.0%로 3개 연도 평균은 1.0%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16일 ‘1.5%’를 올해 등록금 인상 상한선으로 제시했다.

대학들은 올해도 등록금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등록금 동결’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올려봤자 법적으로 상한선이 1.5%로 제한돼 있어 실익이 크지 않다”며 “국가장학금 2유형에 참여해야 하는 만큼 등록금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인상률 상한선이 정해진 상황에서 등록금을 소폭(1.5% 미만) 올려봤자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동훈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은 “등록금 인상여부가 국가장학금과 연계돼 있어 우리 대학을 포함, 등록금 인상이 어렵다는 것은 다들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 국가장학금 2유형 예산 4800억 원을 등록금 동결·인하 대학에만 지원할 방침이다. 0.1%라도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는 예산 배분을 제한한다. 국가장학금 1유형(2조8917억 원)은 소득분위에 따라 학생들에게 직접 지급한다. 하지만 2유형(4800억)은 등록금 동결·인하 등 대학의 자구노력을 평가해 차등 배분한 뒤 대학이 학생들에게 이를 지급토록 하고 있다.

만약 등록금을 올려 국가장학금 예산지원을 받지 못하면 학생 반발이 예상된다. 해당 대학은 교비로 장학금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도권 A대학 총장은 “등록금을 올려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지 못하면 학생이 반발이 클 것이고 그러면 교비로라도 장학금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등록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대상을 선정 때도 등록금 동결 여부를 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올해 10개 대학을 새로 선정할 예정인 학부교육선도대학사업에서 등록금 동결·인하 대학에 가산점을 주는 게 대표적이다. 이는 대학 학부교육 강화를 위해 2010년 도입된 사업으로 현재 32개 대학에 59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B대학 총장은 “우리대학은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부터 한 해 100억 원 이상을 지원받고 있어 ‘등록금 동결’이란 정부 시책을 거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등록금은 2011년부터 동결·인하하기 시작해 올해로 6년째 제 자리 걸음이다. 사립대 기준 2012년 738만9000원이었던 연평균 등록금은 지난해 736만4000원으로 오히려 2만5000원 내렸다. 인상률로 보면 △2012년 -3.9% △2013년 -0.45% △2014년 -0.3% △2015년 0.1% △2016년 0.4%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매년 0.7%~2.2%씩 소폭 오른 것과 대비된다.

노진영 교육부 대학장학과장은 “경기침체로 올해도 가계의 학비부담이 우려된다”며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에 대학이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 C대학 기획처장은 “등록금을 동결하면 대학은 시설 투자를 못하게 돼 결국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