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베이비부머의 고용 해법은…"英·獨 배우자"
by김정남 기자
2016.11.28 06:13:09
한국은행, 고령층 베이비부머 관련 보고서
"영국·독일 정책 노력, 양질의 고용 이끌어"
한국도 고령화 문제 대두…"맞춤정책 필요"
| 베이비부머를 위한 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각 업체들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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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전세계가 앓고 있는 고령화 문제는 곧 베이비부머 문제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대규모 전쟁 이후 불황을 지나 사회적 안정이 찾아오면 갑자기 많은 아기들이 태어나곤 하는데, 이는 어느 시대든 있어 왔던 것이다. 최근 고령화 이슈는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미국과 프랑스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1946년부터 등장했고, 2000년대 들어 고령층에 진입했다.
시기만 약간씩 다를 뿐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비슷한 문제와 직면해있다. 한국전쟁(1950~1953년) 직후 태어나기 시작한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도 이제는 고령층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행이 고령층 중심의 고용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쏟아지는 만큼 영국 혹은 독일처럼 전(全)연령층을 포괄하던 고용정책의 무게중심을 고령층에 더 둬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과 독일의 고령층 임시직 비중(OECD 기준)은 각각 5.8%, 3.9%로 프랑스(9.4%) 이탈리아(5.9%) 스페인(10.4%) 등에 비해 더 낮았다.
영국과 독일의 임시직 비중은 지난 2000년과 비교해도 각각 1.7%포인트, 0.6%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최기산 한은 선진경제팀 과장은 “영국과 독일은 임시직 비중이 작게 나타나는 등 고령층 고용의 질이 양호하다”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고령층의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 역시 영국과 독일은 각각 9.1%, 11.6%에 그쳤다. 그에 반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비중은 각각 30.6%, 49.1%, 52.0%에 달했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한 것일까. 2000년 이후 각국의 고용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독일은 2005년부터 ‘퍼스펙티브(perspective) 50+’ 정책을 추진했다. 50세 이상 고령층 장기실업자의 고용 촉진을 위해 10년간 3단계에 거쳐 시행된 프로그램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고령 근로에 대한 인식을 바꿔 고령층을 노동시장으로 복귀시키자는 게 골자다.
△임금 보조(이전 직장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 취업시 차액 보조) △취업 알선 △고령자 인식변화 캠페인 등이 주요 내용이다.
영국도 2000년부터 ‘뉴딜 50+’ 정책을 시행했다. 정부 차원의 캠페인을 통해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가 고령층에 지원됐다.
OECD에 따르면 실제 2012년 영국과 독일의 55~64세 직업교육 참여율은 39.7%, 33.5%였다. 프랑스(16.7%) 이탈리아(12.9%) 스페인(30.2%) 등보다 더 높은 수치다. 이는 영국과 독일이 인구구조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이런 전세계적인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많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으로 진입하면서 고용 문제가 경제·사회적인 현실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층의 버팀목인 연금이 열악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금의 사회안전망(safety net) 지원 수준은 평균소득 대비 6%였다. 이는 주요국 중 낮은 편에 속하는 미국(17%)의 3분의1에 불과하다.
고령화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령화율(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13.1%로 OECD 평균(16.0%)보다 더 낮았다.
하지만 2050년 때는 37.5%로 현재 대비 2.9배나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보다 고령화율은 더 낮은, 베이비부머의 고령화 진입 초입인 시기다. 그런데 2050년이 되면 일본과 스페인에 이어 전세계 세 번째로 고령화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법은 결국 영국과 독일에 있어 보인다. 최기산 과장은 “영국 독일 등의 사례와 같이 기술 수준과 직무 숙련도에 따른 맞춤형 고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어느 나라든 전쟁 직후 불경기를 겪고 나서 사회적 안정 속에 그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아기들이 태어났는데, 이들을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를 칭한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는 콩나물교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각종 입시전쟁에 시달렸다. 교육 수준이 상당한 계층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주체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퇴직이 갑자기 빨라지면서 ‘사오정’ ‘오륙도’ 등의 용어도 만들어냈다. 현재 고령층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