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취임 6개월 '호불호 갈린' 주형환 장관께
by최훈길 기자
2016.07.13 06:00:00
"''반쪽 성공'' 벗어나려면 경청 리더십 필요"
|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월13일 취임식에서 “더 큰 차원의 소통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장관실의 문턱을 낮추고 방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 귀는 더 크게 열어 놓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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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 찌라시는 달리는 주 장관님에 대한 견제구야”. 올 상반기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관련 찌라시 유포를 두고 한 고위공무원은 이렇게 촌평했다. 당시 산업부는 음해성 찌라시가 잇따라 유포되고 있다고 판단,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까지 검토했다. 이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찌라시 소동은 주 장관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산업부 안팎에서 호평하는 대목은 주 장관의 업무 추진력이다. 51차례 국내 현장방문·간담회, 9차례 11개국 해외순방. 13일 취임 6개월을 맞는 주 장관은 사흘에 한 번꼴로 현장을 찾았다. 해외순방 횟수는 황교안 국무총리보다도 많다. “엔도르핀이 도는 것 같다”는 내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주 장관의 ‘열정’에 대해선 내부 이견이 없다.
이 결과 주 장관은 맡은 업무에서 뚜렷한 이정표를 남겼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완화(2월), 고준위 방폐장 로드맵 제시(5월),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안 마련(6월), 태양광 등 에너지신산업에 42조원 민간투자·석탄화력 발전소 폐기 추진(7월) 등 굵직한 사안이 주 장관을 거쳤다. 하반기에도 원샷법 시행(8월), 조선·철강 등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9월), 신산업발전 비전 발표(12월) 등이 예정돼 있다. 기획재정부 출신 장관의 ‘메기 효과’가 작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듯이 성과 이면의 내부 진통도 작지 않았다. 사석에서 만나면 과도한 업무지시를 토로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았다. “000는 장관한테 찍혀 힘들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휴가 신청서도 못 낸 경우도 있었다. 이러는 사이에 장관을 자주 대하는 대변인은 두 차례나 바뀌었다. 산업부는 “대변인 교체와 장관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외부 반발도 커졌다. 지난달 열린 고준위 방폐장 공청회는 경주·영광 등 지역주민의 반발로 경찰이 출동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지역설명회는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착공으로 지역민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전력·가스시장 개방 방침까지 알리면서 전기료 인상, 민영화 논란까지 휩싸였다. 오는 19일 당진 주민 500여명은 산업부 앞에서 신규 석탄화력 건설을 반대하는 농성에 돌입한다.
하지만 그동안 주 장관은 내·외부 불만이나 반발을 끌어안는 행보엔 인색했다. 주 장관이 말단 직원들이나 원전·방폐장·석탄화력 인근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대로 계속 가면 ‘반쪽 성공’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안팎에서 바라는 건 ‘경청의 리더십’일 수 있다. 어쩌면 찌라시 유포자들이 던지려고 했던 메시지 행간도 “더 소통하시라”는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