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용석 기자
2014.12.21 10:55:27
사슴을 말이라 일컫는다는 뜻
"거짓이 진실인양 사회를 강타"
삭속적리·지통재심 등도 꼽혀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뽑았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으로 진실과 거짓이 제멋대로 조작된 상황을 말한다.
교수신문은 지난 8~17일 전국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명(27.8%)이 지록위마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지록위마는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진시황이 죽은 후 실권을 장악한 환관 조고는 어린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필을 드린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리둥절한 호해는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며 의견을 물었으나 조고의 기세에 눌린 신하들은 ‘사슴이 아닌 말’이라고 거짓으로 답했다. 스스로의 판단력을 의심한 호해는 정사에서 물러났고 이후 조고의 악정 속에 운영된 진나라는 곧 멸망한다.
지록위마를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올해는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라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사회 선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개입 사건 등을 보면 정부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록위마를 잇는 사자성어로는 △삭속적리(削足適履) 170명(23.5%) △지통재심(至痛在心) 147명(20.3%) △참불인도(慘不忍睹) 146명(20.2%) 등이 꼽혔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전국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