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장원 신한銀 과장 "외환딜러, 심장이 쫄깃쫄깃해져요"

by방성훈 기자
2014.06.21 14:46:26

수영선수에서 외환딜러로.."신뢰받는 외환딜러가 목표"
"명절만 되면 해외 금융시장 들썩..잠못자고 뉴스만 쳐다봐"

장원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FX팀 과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FX팀에서 외환딜러로 일하고 있는 장원 과장(36·사진)을 만났다. 185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에 목소리는 조용하고 나긋나긋했다. 그는 “외환딜러로 일한지는 아직 1년이 안된 주니어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장 과장은 2012년 1월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에 왔다. 1년여 동안은 대고객 업무 및 각종 영업을 하며 지냈다. 외환딜러로서 첫 거래를 시작한건 지난해 8월이었다.

장 과장은 “짧은 소견이지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외환딜러는 매일, 아니 실시간으로 성적표를 받는 직업입니다”라며 “외환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적인 은행업무와는 달리 책임감이나 성취감이 높습니다. 또 자기만족도나 자부심도 큽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 과장은 외환딜러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이룰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지점에서 일할 때는 외환딜러에 대한 꿈을 아예 잊고 지내기도 했다. 장 과장은 “학창시절 영화에서 딜러들을 보고는 멋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막연하게 외환딜러를 하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0년 신한금융사관학교라는 행내 제도가 생긴 것이다. 금융공학센터, 기업금융(IB), 프라이빗뱅킹(PB), 전산(IT)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수료 후엔 해당 분야에서 업무할 기회를 제공한다. 장 과장은 바로 지원했다.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외환딜러가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장 과장은 “6개월동안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1박 2일로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합숙교육을 받았습니다”라며 “당시 함께 교육을 받았던 1기 행원들은 리스크관리, 자금부, 금융공학센터 등 대개 원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원하던 외환딜러가 됐다. 그러나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외환딜러란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장을 상대로 수익을 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외환딜러는 하루에도 많은 돈을 벌 수도 있고, 반대로 잃을 수도 있습니다. 수익을 더 많이 낸다고 해서 저에게 특별히 돌아오는 혜택은 없습니다. 반대로 손실을 봤을 때 불이익도 없습니다. 은행이 전적으로 저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겨준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신중해지고 수익을 많이 내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주니어라고 했지만 승부사 기질이 엿보였다. 과거 이력을 듣고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 과장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수영선수였습니다. 무릎 부상을 당하고 그만두긴 했지만, 운동을 꽤나 좋아해 대학 시절엔 동아리 활동으로 아이스하키를 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장 과장은 매일 아침 늦어도 오전 7시15분에는 자리에 앉는다. 외환딜러가 된 뒤 가장 좋은 점은 부지런해진 것과 금융시장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 아침 출근해 전망 보고서를 씁니다. 선물사 등 대부분이 8시에서 8시30분 사이에 개시하는데, 저는 8시 이전에 거래업체들에 보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딜러가 되지 않았다면 신문에서나 그런게 있나보다 했을 정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달았다는 점, 다른 은행 딜러들과 교류가 활발한 것도 지점 근무와 비교하면 좋은 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외환딜러가 된 이후 또 달라진게 있다면 점심시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장 과장은 “도시락 폭탄이라고 하는게 있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도 또는 매수 물량이 대거 나오는 경우지요”라며 “최근에도 점심시간에 달러-원 환율이 1030원까지 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마찬가지지만 요즘처럼 변동성이 죽어있을 땐 정말 좋은 기회였는데,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기회를 놓쳤습니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갔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밥을 먹지 말았어야 했다는데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장 과장은 외환딜러가 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명절 연휴라고 했다. 우연이지만 지난해엔 추석 연휴 직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실시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설 연휴엔 테이퍼링 이슈와 함께 신흥국 경제불안까지 불거진바 있다.

장 과장은 “외환딜러가 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추석 연휴를 맞았습니다. 연휴 기간 중에 테이퍼링이 실시될 수 있다고 해서 연휴 대부분을 외신을 보면서 지냈습니다. 덕분에 잠도 거의 못잤고, 자더라도 새벽에 문득 눈이 떠지곤 했습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또 “모든 딜러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연휴 뿐 아니라 장 마감 후 또는 주말에도 해외시장을 습관적으로 보게 됩니다”라며 “장중에도 거래를 하다보면 새삼 정신력과 체력이 정말 중요한 직업이라고 깨닫곤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장 과장은 고객들로부터 신뢰받는 신한은행 외환딜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장 과장은 “신한은행이라는 이름 덕분에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신한은행을 믿고 계신분들에게 더 좋은 결과를 안겨드리고, 신뢰도 얻으려면 거래를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서울외환시장에서 JP모건, 우리은행, SC은행 등과 거래량 기준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하루 거래량은 평균 4억~10억달러 가량으로 외환은행 다음이다.

장 과장은 함께 일하고 있는 김장욱 차장이 롤모델이라고 했다. 그는 “달러-원 거래는 김장욱 차장님과 저 둘이서만 합니다. 김 차장님이 일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프로 외환딜러로서 좋은 선배인 동시에 훌륭한 스승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 역시 처음 거래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수익면에서 기여하는게 커지고 있어서 뿌듯하지만, 김 차장님을 보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장 과장은 또 “신한은행에서 외환딜러는 순환보직입니다. 언젠가는 금융공학센터를 떠나야 하겠지만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장 과장은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20일 딸아이의 아빠가 됐다. 장 과장은 “딸을 돌보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딸 아이를 비롯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습니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