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철강株 ‘팔 곳이 없다’

by경계영 기자
2014.01.11 15:22: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철강금속업종이 심상치 않다. 엔화 약세로 일본 경쟁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는 데다 중국의 수요가 부진해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내리고 있다.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철강·금속업종은 올 들어 3.5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46% 하락한 데 비해 낙폭이 컸다.

주목할 부분은 엔화 약세다. 지난해 초만 해도 100엔당 1200원대이던 엔-원 환율은 1000원대로 하락했다.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면서 국내 철강업체의 가격경쟁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 대규모 증설로 생산능력이 확장됐던 2010년 이후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국내 철강재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했던 시기는 엔화 약세와 맞물렸다. 2011년 말 엔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일본 철강재가 가격 경쟁력을 되찾았고 일본 철강재의 수출은 회복세를 보였다. 동남아 시장만 보더라도 국내 수출 물량 강도가 회복됐던 지난해 8~10월은 엔화 약세 속도가 일시적으로 둔화됐던 때였다.



당초 기대와 달리 중국의 수요마저 축소세다. 중국 철강 생산량은 지난해 5월 하루 평균 219만톤(t)에서 현재 201만톤으로 감소했지만 가격이 하락하는 게 그 방증이다. 12~2월은 철광석 주요 산지인 브라질과 호주의 우기 영향과 3월 중국 춘절 수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시기다.

다만 중국의 수요 약세, 자금 압박 등으로 중국 내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외려 국내 철강사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철강 가격이 이미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도달해 추가로 하락하기 어려운 데다 철강업체 간 구조조정과 설비 축소 등이 이뤄지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에 대한 부담 또한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윤관철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역시 원재료인 철광석과 원료탄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엔화 약세는 원가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12년 9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일본의 조강 대비 수출 비중과 전체 수출 물량의 규모를 엔화 약세 이전과 비교했을 때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저보다 세계 철강의 수요 상황 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