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풀 가동·최저 불량…환골탈태한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by김보경 기자
2013.09.15 12:01:09
한화 인수 1년만에 세계 최고 명성 회복
자동화 공정·추적관리 시스템으로 불량률 최저
말레이시아 추가투자 압박 김 회장 부재로 결정 어려워
[사이버자야(말레이시아)=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웨이퍼 포장을 뜯어서 공정에 투입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 공정이 100% 자동화로 진행된다는 게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자동화 공정으로 불량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판매시 프리미엄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찾은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류성주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전 공정이 자동화로 이뤄진 셀 공장은 한화큐셀의 말레이시아 공장이 유일하다”며 공장을 소개했다.
공장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프르에서 남서쪽으로 33km가량 떨어진 셀랑고르 주에 있는 첨단 산업 단지 사이버자야에 있다.
잘 정리된 산업단지 한편에 넓은 황무지와 숲 사이로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7만7000여평 부지에 세워진 공장 건물은 3000여평 규모. 3층으로 된 공장 내부로 들어가자 물류 자동화 시스템이 공장 천정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각 공정마다 웨이퍼를 자동으로 나르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웨이퍼는 태양광 전지의 주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정제해서 만든 결정(잉곳)을 얇게 절단한 것으로, 이 공장에서 8단계의 과정을 거치면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할 수 있는 ‘셀’로 만들어진다.
| 말레이시아 첨단산업단지 사이버자야에 위치한 한화큐셀 말레이시아공장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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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공정은 입고된 웨이퍼의 상태 점검과 웨이퍼 한장 한장에 레이저 마킹을 통해 바코드를 입히는 것이다. 공급받은 웨이퍼의 포장을 뜯어 점검대에 올려놓는 것이 이 공장의 전체 공정 중 유일하게 사람의 손으로 진행되는 작업이다. 이후부터는 100% 무인 자동화로 공정이 진행된다.
올려진 웨이퍼는 자동검사기를 통해 불량 여부가 걸러지고, 레이저를 통해 바코드가 입혀진다. 이 바코드를 통해 웨이퍼 한장 한장에 대한 품질 추적관리가 가능하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불량 검사와 철저한 품질 추적관리로 이 공장의 불량률은 0.0025%로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후로는 ▲웨이퍼 표면의 불순물을 닦고 ▲전극의 형성 ▲태양열을 더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반사 방지막을 코팅 ▲전극 분리 및 프린팅 ▲검사와 포장 단계를 거치게 된다.
로버트 바우어 한화큐셀 기술담당 이사는 “고객사에 제공된 셀에 문제가 있으면 추적 시스템을 통해 어느 공정을 통해 문제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즉시 수정, 품질 컨트롤이 가능하다”며 “25년을 써 야하는 태양전지에 대해 출력저하 방지 보증을 하고 있어서 중국업체 등 다른 곳보다 납품가격에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은 90% 이상의 가동률, 생산능력은 연간 900MW(메가와트)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는 증설을 통해 200MW를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공장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다. 2009년 독일의 태양광 기업 큐셀이 첨단 생산시설을 만든다는 목표로 지금의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시장의 극심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큐셀은 2012년 4월 파산했고, 그 해 10월 한화그룹이 인수했다.
한화그룹의 인수 이전에 공장은 100% 풀 가동을 하거나 이익을 낸 적이 거의 없었다. 2012년 한화의 인수 당시 공장의 가동률은 20~30%, 누적 영업적자가 4420만달러(한화 약 490억원)인 상태로 1년간 판산 관리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인수 이후 공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환골탈태하고 있다. 인수 당시 분기당 평균 60MW 수준이었던 셀 판매량은 지난 1분기에는 150% 증가한 173MW까지 올랐으며, 현재 150MW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공장 가동률은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원자재 구매가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 단순 셀 제조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모듈(셀을 연결해 결합한 것) 제조 비중을 늘려 인수 전 45대 55 수준이었던 셀과 모듈의 생산 비율은 올해 2분기 28대 72까지 조정했다. 원자재 구매도 한화솔라원 등의 그룹 네트워크를 통해 인수 당시 대비 53% 가량 절감했다.
| 전 공정이 자동화로 이뤄진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한 직원이 공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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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은 첨단 설비뿐 아니라 국제공항과 항구와 가까운 우수한 지리적 요건, 높은 교육수준과 영어사용이 가능한 인력 등도 장점이다. 최근 EU-중국 간 태양광 패널 분쟁에서 보듯 유럽, 중국, 미국 등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위험요소를 회피해 갈 수 있는 최적의 생산단지이기도 하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각종 세제혜택과 자금지원, 부지 무상임대 등 지원을 받고 있어 재무적 부담도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의 추가 투자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지원을 계속 받으려면 7만7000여평 부지에 추가 시설 투자를 하라는 것. 류 법인장은 “당초 말레이시아 정부가 독일 큐셀의 추가 설비 투자 등을 명분으로 지원을 결정한 것”이라며 “한화에서 인수하면서 공장이 정상화되자 계획대로 추가 투자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한화그룹은 추가투자를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사업은 김 회장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해 온 사업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업황 불황으로 아직까지는 수익을 못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4년 말이면 공급 과잉 해소로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워낙 투자규모가 큰 탓에 김 회장 없이 그룹차원의 추가투자를 결정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류 법인장은 “그룹 차원의 투자결정이 늦어지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