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나무인형, 동화 속 상상 그대로…
by오현주 기자
2012.12.24 09:47:04
김진송 ''상상의 웜홀-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전
스토리텔링 담은 작품 150여점 전시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서 내년 1월 27일까지
| 김진송 ‘책잠에 빠진 아이’(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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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공예가 김진송(53)은 ‘목수 김씨’로 불린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무 깎는 일을 했던 건 아니다. 그에게 부여된 다른 직함은 미술평론가와 예술기획자다. 사실 그는 인문학자 출신이다. 그가 유명세를 치른 건 1999년 한 권의 책 ‘현대성의 형성: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를 발간하고부터였다.
근현대문화에 올곧게 관심을 갖던 그가 갑자기 목수로 전업을 한 것은 2000년. 이때부터 그의 손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목가구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 일이 버겁거나 지겨울 때는 “쓸모없는 것들”도 빚어냈다. 나무인형이다. 그렇게 태어난 작품들은 ‘목수 김씨 전’을 통해 대중과의 특별한 소통을 이어가게 됐다.
목수가 되면서 저술의 형태도 바뀌었다. ‘상상목공소’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등이 그것이다. 사실 그가 전업하게 된 이유는 “인문학만으로 생계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무의 쓰임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일상의 쓸모에 조응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더라”고 말한다. 덕분에 그가 만든 작품엔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다.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쥐고 탄생한 그의 인형들은 제각각 나름의 사연까지 품게 됐다.
작가 ‘목수 김씨’가 새로운 전시를 열었다. 8년 만에 여는 개인전 ‘상상의 웜홀: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다. 나뭇조각과 철조각 100여점을 세워놓고, 움직이는 인형 30여점과 이들이 직접 출연한 영상 20여점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움직인형(automata)’. 나무인형에 역시 나무로 만든 기계를 결합시켜 율동미를 끌어낸 작품이다. 정교한 태엽으로 돌아가는 톱니바퀴 상자 위에 앉거나 선 나무인형들은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여주는 듯한 제스처에 몰두한다. 끊임없이 술만 마시고 있는 노인, 책을 보다가 잠이든 소년, 지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남녀, 마치 악몽 같은 끔찍한 사연을 지닌 비밀의 집 등이 단순치 않은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그저 아동용 동화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목수에겐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나무에 뚫린 벌레구멍으로 작가는 ‘상상의 웜홀’을 설명했다. 목수는 벌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상상력도 다르지 않다는 거다. “다른 존재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는 힘, 다른 세계로 가는 벌레구멍”이 곧 상상이라고 말한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서 내년 1월 27일까지. 02-39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