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아빠의 재무설계)주가급락, 지금은 나무보다는 숲을 볼 때다!
by김종석 기자
2008.02.04 09:42:10
[이데일리 김종석 칼럼니스트] 미국 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그 피해규모만도 측정하기 불가능할 만큼 일파만파로 급증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보증업체인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마저 하향조정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증업체의 신용등급하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붕괴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는 위력적인 이슈이다.
다행히 지난 금요일 미국과 유럽의 8개 은행이 이들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소식에 미국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요즘처럼 태평양 건너 미국의 소식에 민감한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미국에 쏠려있다. 2007년 말 기준 354만 명이 주식을 투자하고 있고 펀드 계좌 수만도 1400만개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금융의 패러다임이 투자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자의 꿈을 품고 출발한 2008년 국내증시는 한 달 만에 13.9%의 하락세를 보여 MSCI-World지수 하락률 -6.4%을 앞지르고 있으며, 정작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를 가져온 미국의 주가 하락률은 3.9%에 머무르는 아이러니를 보여,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세계는 감기에 걸린다라는 우스갯소리를 증명하는 듯한 1월이었다.
이에 따라 펀드 투자자들의 심사도 편치만은 않다. 펀드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하면 1월 한달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5%을 보였으며, 지난 연말부터 지속되어오던 금리급등세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맞물려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형 펀드는 지난 1주일간 0.28%(연환산 14.55%)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해외펀드의 수익률 또한 저조했다. 지난 한달 동안 글로벌주식형펀드의 경우 평균 -10.7%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경제성장률 하향과 거품논란으로 중국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20.8%로 낙폭이 가장 컸으며, 펀드에 몰빵 투자한 투자자들은 한겨울 맹추위가 아닌 수익률공포에 떨었던 암울했던 한달 이었다.
최근 TV프로그램에서 시청률 우위를 다투는 프로그램을 보면 사극이 참 많다.
지금은 종영된 태왕사신기, 대조영은 물론이고 이산과 왕과나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인기 드라마 중 하나이다. 주연배우의 역할도 무시 못하겠지만 ‘모든 과거는 지나간 미래다’라는 역사에서 미래를 미리 배운다는 교훈도 무시 못할 인기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투자 또한 과거에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다소 편협한 사례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펀드가 대중화된 것은 2005년 증시가 장기 상승추세를 보이던 시점과 괘를 함께 한다. 2005년 1월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8.7조에 불과했지만, 1년 후인 2005년 말 26조원으로 300%이상 증가했으며 펀드 수익률 또한 50%이상으로 펀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2006년은 북한 핵실험과 H그룹의 비자금 사태로 글로벌 증시의 상승행진에서 철저히 외면당해 펀드수익률 또한 저조 했다. 1년 내내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펀드 투자자들의 심적 부담은 적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견뎌냈던 투자자들은 2007년 증시상승에 따른 그 열매를 마음껏 수확하였다.
최근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식형펀드의 설정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6년에 경험했던 학습효과 때문인지 주식형펀드의 설정금액은 증가일로에 있다. 주가가 급락하던 지난 11월의 주식형펀드 잔고는 전월 대비 11조, 12월은 9조, 주가가 큰 폭으로 급락한 올 1월은 전월 대비 11조나 증가했다.
최근 펀드런(Fund Run)우려로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회원, 지인, 고객 그리고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 치고 있다. ‘주가가 더 떨어진다고 하는데 지금 펀드 환매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필자는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펀드투자 한두달 보고 한 겁니까? 처음에 펀드투자할때의 초심을 생각하고 한발 뒤로 물러서서 펀드 수익률을 냉정하게 지켜보세요!’
펀드 수익률 하락을 우려하여 투자자들이 일시에 펀드를 환매하는 현상으로, 은행이 예금지급 불능 사태에 빠질 것을 우려해 가입자들이 일시에 예금인출에 나서는 '뱅크런(Bank run)' 에서 유래된 말이다.
지금의 상황은 어느 누구에게나 감내하기 힘든 시련의 시기이다.
아무리 장기투자마인드를 가지고 투자한다손 치더라도 단기간에 수십%의 손실에 초연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떤 일에서건 스트레스를 가장 덜 받는 방법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원론적인 입장에서 자신을 뒤돌아 보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고객과 상담을 할 때면 고객들에게 당부하곤 한다. ‘자금이체 및 송금 등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사이버 접속을 하지 말라’고 한다.
간혹 인터넷에 접속하여 펀드의 수익률을 보면 펀드에 적힌 이름표(재무설계상의 펀드의 목적)를 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즉, 10년 후 자녀의 교육비 용도로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매우 높거나 낮을 경우 환매 충동을 느낄 수 있으며, 수익률로 인한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펀드의 수익률은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점검하여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해주는 것이 좋다. 투자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인데 매번 펀드수익률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간혹 ‘적립식펀드의 납입일은 언제로 하는 것이 좋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투자를 하면서 같은 노력과 비용이라면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좋은 상품에 투자하는 팁은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통계기간을 짧게 잡고 납입일별 수익률을 집계해 본다면 월초, 월 중, 월말 중 수익률이 좋은 시점이 포착될 것이다.
하지만 투자기간을 돋보기가 아닌 한발 뒤로 물러서서 관찰한다면 통계적으로 언제가 좋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는 것의 무의미 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짧은 구간 동안 돋보기를 이용하여 단기적인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한 발짝 물러서서 실눈으로 펀드 수익률을 바라보는 것도 정신건강이나 투자수익률에 유리할 것이다.
Dollar Cost Average(펀드단가 평준화 효과)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용어일 것이다. 적립식펀드는 주가가 오르던 떨어지던 기계적으로 매월 특정일에 일정금액을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방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적립식펀드 투자자에게 주가하락은 겁낼 일이 아닌 펀드를 싼 가격에 더 많이 살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주가 급락에 겁먹고 불입을 중지하면 낭패를 보기 쉽상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생이벤트를 맞이해야 한다. 결혼, 내 집 마련, 자녀교육비, 자녀 결혼비용, 노후생활 등 매 이벤트를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벤트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비록 적은 돈이지만 미리미리 실행하여 복리효과를 극대화 하여야 한다.
따라서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특정상품이나 펀드에 몰빵투자하기 보다는 각각의 이벤트에 맞는 상품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 또한 분산의 의미는 펀드를 여러 조각으로 나눈다는 의미보다는 투자자산간의 배분과 투자시점간의 배분 또한 염두에 두고 실행해야 한다.
장기투자를 이야기 할 때마다 필자는 ‘분산투자의 법칙’이라는 책에 있는 내용을 이야기 하곤 하는데, 이 글이 최근 급락장세에 아파하는 투자자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한다. 투자자들이 나쁜 시장 한가운데 있을 때는, 그 다음 해도 지난해와 같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가장 위험한 가정이다.
역사는 번번이, 수익을 좇는 투기자들에게, 시장 예측을 틀리게 하는 벌을 준다.
이것을 생각하라.
즉, 지난 세기에 증권시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대공황(1929~32년), 제 2차 세계대전 직전(1939~41년), 베트남 전쟁직후(1973~74년), 그리고 기술주 버블 붕괴후의 약세장 (2000~2002년)이다. 그러나 몇 번의 예외를 제외하면, 좋은 시장도, 나쁜 시장도, 3년이상 가지 않았다. 한가지 예외로, 1929년부터 1932년까지 4년 연속으로 약세가 지속된 적이 있으며, 또 다른 예외는 1995년부터 99년까지 5년동안이나 지속한 강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