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통합 로드맵에…‘1.6만석·406억’ 놓고 코레일-SR 충돌

by김은경 기자
2025.12.17 05:00:00

좌석 확대·비용절감 효과 두고 계산 엇갈려
통합 근거 ‘요금 인하·좌석 확대’ 효과 제시
코레일 “기관 통합” SR “운영 통합만 동의”
SR “좌석 확대 제한적…고용 문제 해소돼야”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국토교통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간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제시하며 이원화된 철도 운영 체계 개편에 착수했으나, 통합 명분으로 제시된 좌석 공급 확대와 비용 절감 수치를 둘러싸고 이해당사자 간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16일 국토부 및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 통합을 통해 노선과 차량 운영을 일원화하면 열차 운용 효율이 높아지고 중복 투자와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국민 편익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속철도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운행 편성을 더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좌석 공급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경북 포항역 플랫폼에 수서행 SRT고속열차와 KTX고속열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스1)
구체적으로 정부는 통합 시 좌석 공급이 1만6000석 늘고 연간 406억원의 중복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익 구조가 개선될 경우 현재 경쟁 체제에서 SRT보다 약 10%가량 높은 KTX 요금을 인하할 여력도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SR 측은 좌석 확대 효과가 구조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좌석 수 증가는 노선 조정이나 운영 방식 변경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차량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상수 SR 노조 위원장은 “통합으로 좌석 1만6000석이 갑자기 늘어날 수 없다”며 “특정 노선에서 늘어난 좌석이 다른 노선의 감소로 상쇄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SR은 통합과 별개로 자체적인 좌석 확대 계획을 추진 중인데, 고속철도 차량 14편성을 신규 도입해 2027년까지 약 2만5000석 규모의 좌석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좌석 수를 늘리려면 차량 구매밖에 방법이 없다”며 “통합을 하지 않아도 2만5000석은 자동적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 효과를 둘러싼 시각차도 존재한다. 정부와 코레일은 통합으로 연간 406억원의 중복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SR 노조 측은 이 수치에 SR 직원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통합으로 중복 비용이 없어지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론 직원들을 해고해야 달성 가능한 비용”이라고 했다.

통합 방식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이번 로드맵이 ‘흡수 통합’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코레일 사명을 유지한 채 법인을 통합하는 구조가 거론되면서 사실상 흡수 통합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코레일 측은 기관 통합을 통해 운영 효율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관 통합을 반대하는 SR 측도 운영 통합에 대해선 일부 공감하는 지점이 있다. 예매 앱과 승차권 시스템 등을 하나로 묶는 등 서비스·운영 차원의 통합은 이용자 편의 측면에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먼저 내년 3월부터는 서울역에 SRT를, 수서역에 KTX를 투입하는 KTX·SRT 교차 운행을 시작한다. 하반기부터는 KTX와 SRT를 구분하지 않고 열차를 연결해 운행하며 통합 편성·운영에 나선다. 정부 로드맵대로 내년 말 기관 통합이 이뤄질 경우 코레일과 SR은 2013년 분리 이후 13년 만에 재결합하게 된다. 2016년 SRT 개통으로 도입된 고속철도 경쟁 체제 역시 10년 만에 종료된다.

국토부는 향후 코레일과 SR 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외부 용역을 통해 통합 방식과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다만 좌석 확대와 비용 절감 수치의 산정 근거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추진 속도와 검증의 깊이를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