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멧돼지 대신 사람 쏘는 엽사들…‘오인 사격’ 반복되는 까닭
by이로원 기자
2024.10.10 07:30:31
‘멧돼지 포획 포상금’에 2배 이상 급증한 엽사
오인 사격으로 인명 피해 잇따라
전문가 “수렵면허 취득 자격요건 높여야”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최근 경기와 경북 등 전국에서 엽사들의 오인 사격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과 농작물 피해 예방을 위해 멧돼지 등 유해 야생동물 포획 포상금 지급제가 도입된 여파다.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엽사들이 필요하지만 허술한 면허 발급과 느슨한 운영 등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포상금제 도입 전 1만 5000여명이던 수렵면허 1종 소지자 수는 지난해 말 3만 1337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정부는 멧돼지 한 마리를 포획할 때마다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 포상금 20만원 외에 지방자치단체도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별도 포상금을 주고 있어 과거 포상금이 없던 시절 신고를 받아야 출동하던 엽사들이 이제는 자발적 사냥에 나서는 것이다. 포획물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포상금을 나눠 갖는 팀도 많아졌다는 게 엽사들 전언이다.
35명의 엽사들이 활동중인 충북 영동군에서 지난 1월부터 8월 말까지 잡힌 멧돼지 숫자는 모두 1550마리다. 지난해 1년 간 포획된 1325마리를 이미 훌쩍 넘겼다.
오인 사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11시 30분 쯤 경기 연천군 한 도로변에서 40대 남성 엽사가 쏜 총에 사냥길에 나선 40대 동료 엽사가 맞아 숨졌다. 엽사들은 형광 안전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열화상 카메라에만 의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애초 멧돼지 출몰 신고를 받고 포획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발적인 포획 활동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7월 13일 밤엔 경북 영주시에서 60대 엽사가 콩밭에서 모종을 심던 50대 농민을 멧돼지로 착각해 숨지게 했다. 같은 사고로 올 들어 3명이 사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총기사고 8건 중 5건이 사람을 멧돼지로 오인하면서 벌어졌다.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는 “야간에 저가형 열화상카메라에만 의존하다 빨간 물체만 보이면 방아쇠를 당겨 종종 사고로 이어진다”며 “수렵면허 취득 자격요건도 높이고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