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식히는 '액침냉각' 주목…글로벌 기업 경쟁 가속화

by조민정 기자
2024.10.01 06:00:00

엔비디아 채택 소식에 기술 발전 속도↑
인텔 7억달러 투입…델·슈퍼마이크로 도입
SK·LG도 뛰어들어…하이닉스 협업 ''기대''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가동하는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로 떠오르면서 열기를 식혀줄 ‘냉각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에어컨과 같은 기체 중심 냉각 방식에서 벗어나 액체를 활용해 바로 온도를 낮추는 액침 냉각 기술이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액침 냉각 기술을 채택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면서 LG전자(066570) 등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조민정 기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하는 차세대 AI가속기 ‘블랙웰’ B200에 액침냉각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게임용으로 개발된 탓에 전력 소모량이 큰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데이터센터에 활용되는 반도체가 늘고 있어 전력량 감소가 필수 과제로 꼽혀왔다.

데이터센터 전력량은 연간 5GW에 달하는데 이는 300만 가구에 전력을 1년 내내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데이터센터 전력량 중 30~50%는 열을 가라앉히는데 사용되고 있어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사용되는 냉각 기술은 공기 냉각 방식(공랭식)으로 ‘초대형 에어컨’처럼 냉각 팬(환풍기)을 활용해 열을 빼앗는 원리다. 최근 주목받는 액침냉각은 데이터센터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냉각유)에 직접 담가 식힌다. 공랭식과 비교해 최대 1000배에 달하는 냉각 성능을 자랑하는데다 공간을 덜 차지하고 전력 효율성이 좋아 글로벌 AI 기업들이 직접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2022년 3억3000만달러(약 4400억원)에서 오는 2032년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까지 연평균 21.5%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AI 산업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경우 최근 액침냉각 전담팀을 꾸리고 지난달 관련 연구개발(R&D) 엔지니어를 채용하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이들은 향후 차세대 GPU와 기업용 AI 컴퓨팅 시스템 ‘DGX’를 위한 액침냉각 설계에 주력할 임무를 맡을 방침이다.

인텔은 지난해 5월 액침냉각유 기술 개발에 총 7억달러(약 93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고, 미국 액침냉각 스타트업 GRC와 함께 액침냉각 기반의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서버 제조업체 델과 슈퍼마이크로는 이미 글로벌 액침냉각 1위 기업인 서브머와 협업한 액침냉각 기술을 도입해 AI 서버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모델이 냉방기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국내에선 SK(034730)그룹과 LG전자(066570)가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GRC의 설비와 SK엔무브의 특수 냉각유로 액침냉각 시스템을 구축해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는 지난 2022년 국내 최초 냉각 플루이드 개발을 시작으로 액침냉각 시장에 뛰어들었다. SK그룹의 액침냉각 기술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초대형 냉방기 ‘칠러(Chiller)’로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LG전자는 액침냉각 등 신규 솔루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성 에어솔루션사업부장 부사장은 지난달 인베스터 포럼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LG전자 생산기술원, LG그룹 계열사가 자사 기술을 통해 액침냉각 등 액체 냉각 솔루션 상용화를 발 빠르게 준비 중”이라며 “글로벌 전문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기 위한 적극적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냉각 방식.(사진=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