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과징금 처분…법원 "송달 무효", 관건은 사전신청 여부

by성주원 기자
2024.09.18 09:00:00

구청, 해외체류자에 카톡으로 과징금 통보
A씨 "적법하게 고지되지 않아" 취소 소 제기
법원 "신청에 따른 적법한 전자송달 아냐"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해외체류자가 전자송달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구청 공무원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과징금 고지서를 전달한 것은 적법한 송달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서경민 판사는 해외 거주 중인 A씨가 서울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영등포구청은 2020년 7월 23일 A씨가 명의신탁등기를 통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며 6219만2220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씨는 해외체류 신고를 했기 때문에 구청은 과징금 고지서를 A씨의 ‘행정상 관리 주소’로 등록된 서울 성동구 응봉동 주민센터로 보냈다. 응봉동 주민센터 직원이 해당 고지서를 수령했지만, A씨는 미국 하와이주에 체류 중이어서 이를 직접 받지 못했다.

이후 영등포구청 공무원은 카카오톡을 통해 A씨에게 과징금 부과 사실을 알리고, 600만원의 체납고지서를 촬영해 전달했다. 이에 A씨는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적법하게 고지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는 A씨가 해외에 체류 중일 때 영등포구청이 카카오톡을 통해 과징금 고지서를 발송한 것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과징금 부과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A씨가 전자송달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과징금 고지서를 전달한 처분은 ‘원고의 신청에 따른 적법한 전자송달의 방법으로 고지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지방세기본법상 서류의 송달 장소로 정한 주소는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어야 하는데, 응봉동 주민센터는 해외체류를 이유로 행정상 관리주소일 뿐 생활 근거가 되는 곳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주소를 파악해 해외 주소로의 송달 또는 이것이 곤란할 경우 공시송달의 방법 등을 통해 송달이 가능하다”며 “응봉동 주민센터 직원에게 송달수령의 권한을 위임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게 원고에게 고지되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지방세기본법 제30조 제7항에 따르면 전자송달은 서류의 송달을 받아야 할 자가 신청하는 경우에만 하도록 규정돼 있다. 만약 A씨의 사전 신청이 있었다면 카카오톡, 토스 등으로도 행정처분 통지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