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부지 사고 보니 오염물질…法 “국가, 현산에 93억 배상”
by박정수 기자
2024.05.21 08:32:53
2016년 의정부시 미군기지 부지 446억에 매입
주상복합단지 건립 승인 과정서 토양 정밀조사
토양환경보전법상 우려 기준 넘는 불소·아연 검출
계약상 채무의 불완전 이행…法 “정화비용 등 물어줘야”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옛 미군기지 부지를 HDC현대산업개발(294870)에 매각한 국가가 93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송승우 부장판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93억4600만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판결했다.
2016년 11월 현산은 국가로부터 의정부시 옛 ‘캠프 라과디아’ 미군기지 부지를 약 446억원에 사들여 주상복합단지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계획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토양정밀조사를 한 결과 토양환경보전법상 우려기준을 넘는 불소와 아연이 검출됐다.
사업은 중단됐고 현산은 의정부시의 명령에 따라 오염물질 정화사업을 진행해야 했다. 이후 정밀조사, 정화, 검증에 들인 비용을 국가에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가 측은 “미군으로부터 토지를 반환받으면서 오염조사와 정화를 충실히 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가 오염 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채 토지를 인도했다”며 현산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가가 시행한 오염조사에선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등은 검출됐지만 납과 불소는 검출되지 않았다”며 “정화 작업이 부지 전체에 걸쳐 완전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이는 계약상 채무의 불완전 이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산은 오염물질이 정화됐다는 국가의 선행 검증 결과를 신뢰하고 매매계약을 맺었다”며 “군부대 부지의 경우 지하에 오염 토양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 사건 부지의 경우 지하 깊은 곳이 오염돼 현산으로선 인지하기도 매우 어려웠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