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영수 기자
2021.02.23 06:38:49
코오롱, 아라미드 영업비밀 침해 소송으로 듀폰에 2800억원 손해배상
美 ITC 판결후 60일내 바이든 거부권 행사 촉각..기한 넘기면 항소行
델라웨이주 연방법원 넘어 민·형사 소송 이어질 경우 장기전 불가피
"배터리 경쟁 가속화되는데..소송 장기화에 경쟁력 약화 부메랑 우려"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051910) 전지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과거 코오롱-듀폰이 미국에서 6년간 벌였던 화학섬유 아라미드(Aramid)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과 유사한 형태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에서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로 조기패소 판결이 확정된 SK이노베이션이 코오롱의 전철을 밟을 경우 항소법원 등으로 확전돼서야 협상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소송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오롱과 듀폰의 법적 분쟁 당시(2009년~2015년) 코오롱은 1심에서 1조원을 웃도는 배상액 판결을 받았지만 미국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에서 1심을 뒤집는 파기환송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약 2800억원의 합의금을 듀폰에 지급하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당시 코오롱은 소송이 장기화되자 영업비밀 침해를 모의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대신 형사소송을 해결함으로써 아라미드를 자유롭게 생산·판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선택했다.
코오롱과 듀폰 소송 전례와 같이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측이 SK이노베이션(096770)에 제시한 조 단위의 손해배상액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ITC 최종 결정에 대한 항소와 미 델라웨이주 연방지방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에야 유의미한 진척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일반적으로 ITC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수입 금지 범위를 판단하고 지방법원은 손해배상 규모를 결정한다.
재계 일각에서도 지난 10일(현지시간)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최종 판결 후 60일 이내에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항소와 연방법원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SK 측은 “LG 측에서 ‘(혐의를)인정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나서라’고 하지만 혐의를 인정하면 당장 범죄기업으로 낙인찍힌다”며 “배상금의 범위를 가늠키 어려운 상황인 만큼 LG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추가 항소와 민사소송 등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LG 측은 “전기차 시장 확대 전망을 본다면 이번 영업비밀 침해로 SK가 취할 이득은 엄청 크다”며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이번 분쟁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나쁜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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