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경제 보기]여러분, 1인 방송이 이렇게 무섭습니다…‘곤지암’

by이명철 기자
2019.06.22 13:30:00

폐쇄된 정신병원 찾는 젊은 남녀들…비극적 최후 맞아
현실에서도 조회수 향상 위한 자극적 소재 방송 부지기수
감스트 사태로 재조명…금융시장에서도 부작용 지적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경제지 기자입니다. 영화 속 경제 이야기를 제멋대로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글 특성상 줄거리와 결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영화 ‘곤지암’ 포스터.(이미지=쇼박스 제공)
“이번 호러타임즈 제3기 공포체험단이 방문할 장소는 대한민국 3대 흉가이자 CNN 선정 세계7대 괴기스러운 장소로 꼽힌 곳입니다.”

한 1인 방송의 사회자가 흉가 체험을 예고합니다. 지금은 폐쇄된 지방의 한 정신병원을 가겠다는 건데요. 조회 확대를 위한 ‘주작(조작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만 염두에 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지만 결말은 참혹했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곤지암’은 공포영화인 동시에 자극적인 1인 방송의 부작용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카메라를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도록 기술이 발달하면서 영화의 촬영기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영화 스틸컷, 이미지=쇼박스 제공)
‘곤지암’은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남녀 무리가 흉가를 체험하면서 겪는 공포 현상을 그렸습니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하는 핸드 헬드 기업을 주로 사용해 공포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핸드 헬드 방식은 과거 ‘블레어 위치’를 통해 대중화됐는데 ‘곤지암’ 역시 이 영화의 일부 장면을 오마쥬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恨)을 갖고 있는 사연 있는 귀신이 공통으로 출연하는 기존의 한국 공포영화와 달리 ‘곤지암’은 정신병원에 들어온 인물들을 가차 없이 제거합니다. 특히 괴물처럼 생긴 미지의 존재가 주인공들에게 달려들거나 악령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등 예전 영화에서 보기 힘들던 자극적인 장면들이 포함돼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관객도 26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공포영화 중 흥행 2위에 올랐습니다.

호기롭게 곤지암 정신병원에 들어선 젊은 무리들. 처음에는 긴장+흥미였지만 점처 공포+공포로 바뀌게 된다.(영화 스틸컷, 이미지=쇼박스 제공)
스토리 자체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1인 방송을 운영하는 하준(위하준)이 흉가 체험을 하면서 일부 멤버들과 짜고 심령현상을 연출하면서 다른 무리들을 공포에 질리게 합니다. 흡사 실제 귀신이 있는 것처럼 연출을 해야 꿈의 조회수인 100만뷰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들의 성급한 연출은 진짜 악령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악령에게 쫓기다가 한명 두명 자취를 감추거나 목숨을 잃고, 결국 방송을 중계하던 하준 역시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100만뷰를 달성하긴 했지만 자축할 사람들은 남아있지 않았죠.



귀신이 살고 있다는 으름장에도 이들은 거리낌 없이 내부 탐사에 나선다.(영화 스틸컷, 이미지=쇼박스 제공)
1인 방송의 자극적인 소재에 대한 우려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곤지암’처럼 흉가나 폐가 체험을 나서겠다는 1인 방송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조회수를 올리거나 시청자들의 선물(별풍선 등)을 받기 위해 선정적 또는 폭력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경우도 많고, 여성 출연자들을 성희롱하는 장면이 나와 비난을 받았던 사례도 숱합니다.

최근에는 감스트, 외질혜, BJ남순이라는 인기 브로드자키(BJ)들이 방송에서 한 여성 유튜브 방송인을 두고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구독자가 수십만명에서 백만명 이상이고 일부는 지상파 방송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인인데 저급한 성적 농담을 하면서 충격을 줬죠.

이에 일부에서는 유튜브는 물론 대표 1인 미디어인 아프리카TV(067160)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TV는 1인 방송 성장에 따라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두배 가까이 오르는 등 성장성이 부각되던 상장사이기도 합니다. 이번 ‘감스트 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직까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시장에서도 유튜브 같은 신흥 미디어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나 금융당국의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무등록 업자들이 ‘적은 돈으로 거금을 벌 수 있다’며 일반 투자자들을 호도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상장 종목들을 추천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클럽 가입을 권유하는 일부 증권 방송 유튜버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들어가기 싫은 폐쇄 정신병원.(영화 스틸컷, 이미지=쇼박스 제공)
당국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초 1인 미디어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감시망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1인 미디어를 통한 불법 광고를 단속하고 온라인 증권 방송의 내부 통제 관리도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정보 전달 매체가 확대될수록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위험에도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아이나 청소년들의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사회 이슈로 부각되는 여러 문제들, 투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불공정 행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