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한진해운 리스크 떠안았다.."둘다 안좋아"

by하지나 기자
2013.10.31 08:50:24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한진해운에 1500억원의 자금을 대여한 것과 관련해 31일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에 대한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추가 지원 가능성 등 비영업 리스크가 확대됐고, 한진해운(117930)의 경우 오히려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됐다는 평가다.

전일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대여해 주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홀딩스에 자금을 대여해 주면 한진해운홀딩스가 다시 한진해운에 자금을 대여해 주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은 1년 자금 대여에 대한 대가로 5.4% 이자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5.33%를 담보로 잡았다. 한편 한진해운홀딩스는 한진해운에게 1500억원을 대여해 주는 조건으로 1년간 5.6% 이자와 2분기 장부가 기준 1391억원 상당의 선박 등의 자산을 담보설정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이후 지주사법에 따라 유동성위기에 봉착한 한진해운그룹을 계열 분리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지주사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증손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한다. 그러나 이번 자금대여로 사실상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익스포져는 20%를 상회하게 되면서 비영업 리스크도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한진해운에 충분한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유동성 리스크만 재부각됐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의 2분기 기준 현금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며 “CP와 사채 상환 예정금액은 2300억원으로, 연말까지 현금 3000억원을 추가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룹사의 지원이 1500억원에 그친다는 사실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이후 영구채 발행 지연, 동양사태로 기업어음(CP) 시장 경색 등 자금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실상 금융권에서 1500억원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렸다”고 진단했다.

추가적인 지원 가능성은 다소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은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으로 채권단의 감시하에 있는만큼 위기에 처할만큼 무리한 지원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지원이나 지분 취득은 불가능하다”며 “제3자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1000만주를 넘기기 어렵고, 이에따라 추가지원이 있더라도 2000억원은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신 연구원은 “한진해운이 영구채 발행에 실패하고 업황의 자생적 회복이 어려울 경우 추가 지원에 대한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