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9.12.16 10:37:00
부장님은 "계나리(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릴렉스하자)"
김대리는 "소녀시대(소중한 여러분의 시간에 잔 대보자)"
[조선일보 제공]
잔이 짠하고 맞닿을 때마다 믿음과 정이 쌓이는 게 연말 술자리다. 하지만 '건배사'가 숙제. 너무 뻔한 얘길 했다간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 것이고, 너무 경박하면 그것 역시 민망하다. 각계 인사들의 괜찮은 건배사를 들어봤다.
주량이 "소주 한 병 정도"라는 정운찬 국무총리는 술을 즐기는 편이다. 정 총리의 건배사는 "나가자!". '나라를 위해, 가정을 위해, 자신을 위해'라는 뜻이다. 정 총리는 또 지난달 21일 중소기업인들과 등산 후 가진 오찬에서 한 기업인이 "한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며 건배 구호로 '9988 파이팅'을 외치자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자"고 화답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지화자". 정 대표가 "지화자"를 선창하면 나머지가 "좋다"를 받아치는 형식이다. "지화자"는 '지금부터 화합하자'를 줄인 말. '친박'도 '친이'도 아닌 모두의 화합을 강조하는 말이다.
신용보증기금 안택수 이사장은 "오바마! 오바마! 오바마!"를 외친다. '오래오래,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이루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동부화재 김순환 사장은 "진달래~ 위하여!"를 외친다. '진실로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라는 뜻.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릴렉스(relax)하자'는 뜻에서 "계나리"를 건배사로 제안했다.
사자성어를 자주 쓰는 삼성 농구단 안준호 감독은 "不狂不及(불광불급)"을 외친다. 미치지(狂) 않으면 미치지(及) 못한다는 뜻. 엠넷미디어 박광원 대표는 '불법 음원 근절'의 약자인 '불끈불끈'이 건배사다. 만화가 신예희씨는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재건축(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받자)' 같은 멘트가 직장인들의 사기를 높이기에 그만이라고 했다. '당신멋져(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눕시다)' '소녀시대(소중한 여러분의 시간에 잔 대보자)' '오징어(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등도 인기 건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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