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도진 기자
2008.07.11 09:56:52
서울 재건축 6만9462가구 수혜 대상
매물 늘어날 듯..거래 활성화는 `미지수`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지난 10일 국토해양부가 `조합원 지위(입주권) 양도 금지`라는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밝힘에 따라 꽁꽁 얼어붙어 있는 재건축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03년 9·5대책이후 4년 가까이 이 규제에 때문에 처분하고 싶어도 매물로 내놓지 못했던 재건축 주택 보유자 상당수가 `보유`에서 `매도`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재건축이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수익성이 제한되어 있고, 수요 역시 대출 규제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재건축 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이끌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에 대한 인위적 거래 제한 조치가 풀리면 우선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매거래를 하더라도 조합원 지위를 넘겨주지 못해 매물의 가치가 반감되는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조합설립인가 거친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3만6334가구(2004년 이후 설립인가 4861가구)이며,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입주권 상태의 재건축은 43개 단지 3만3128가구다. 총 6만9462가구의 재건축 아파트가 이번 조치의 수혜를 받게 되는 셈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 매물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용으로 사뒀으나 처분을 못했던 보유자들이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거래가 활발해 가격이 최고점에 달했던 2006년 하반기쯤 재건축을 매입했던 이들 중 은행 이자나 세금 등에 부담을 느끼던 이들이 처분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다만 장기보유자의 경우 거래시 부과될 양도소득세가 크기 때문에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초과이익 환수 등의 규제가 여전해 재건축 수익성이 의심되는 상태라는 점,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도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미흡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꽉막힌 재건축의 거래 숨통을 트이겠다는 이번 조치가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반등시키는 신호가 될지, 아니면 낙폭을 더욱 키우는 조치가 될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재건축의 하락세는 수익성이 이미 제한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거품이 많이 끼어 있었다는 시장의 판단때문"이라며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재건축 규제 완화 없이 처분 매물만 늘어난다면 가격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얼어붙은 거래를 활성화하고 재건축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향에서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이 겠지만 역설적으로 재건축 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 이번 규제 완화를 재건축 규제 전반의 신호탄의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면 재건축 가격이 다시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규정 차장은 "이 사안만으로는 재건축 시장의 호재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를 시작으로 점차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재건축 가격이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소장은 "전매 금지 완화로 거래를 통한 이익실현 기회가 많아진다는 면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 상반기 강남권 재건축 값이 급등하자 당시 건설교통부는 그해 9월 `재건축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 중 하나가 조합 인가일 이후 재건축 조합원 명의 변경을 금지하는 것. 2003년 12월31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재건축 추진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조합원 자격 즉, 입주권을 입주(소유권 등기)할 때까지 전매할 수 없다. 법 시행 전에 이미 조합설립이 이루어진 경우도 1회로 전매가 제한됐다.
이같은 조치는 `헌법상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컸지만 국토부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차단해 서민주거를 안정시킨다는 공공의 목적이 크다`며 이 규제를 시행했다. 이 조치로 당시(2003년9월 기준) 조합인가를 거친 17만2857가구의 재건축 단지의 전매가 1회로 제한됐으며, 조합인가를 받지 못한 9만1768가구는 조합 인가후 전매가 전면 제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