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은행 '원톱' 체제 복귀하나…당서기에 판궁성 부행장(종합)

by방성훈 기자
2023.07.02 13:13:38

“인민은행장 취임 가능성↑…겸직시 권한 막강해져"
中경제 되살리고 환율 안정 등 대외 과제 등 책임 막중
英케임브리지대서 공부, 美하버드대 연구원 경력 주목
“풍부한 경험·서구서 훈련…시장 불확실성 줄어들듯"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공산당 위원회 서기로 미국에서 공부한 판궁성(59) 부행장을 임명했다. 판 부행장이 인민은행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와 함께, 그가 인민은행장까지 겸직하면 막강해진 권한 및 영국·미국 금융시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중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공산당 위원회 서기로 임명된 판궁성 부행장. (사진=AFP)


인민은행은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인민은행 당 위원회 서기인 궈수칭 부행장의 후임으로 판 부행장을 신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의 당 위원회 서기직은 중국 공산당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판 부행장은 중국 인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중국공상은행, 농업은행을 거쳐 2012년부터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재임중이다. 2015년 말부터는 국가외환관리국 당 서기를 겸직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중국에선 일반적으로 정부 직위보다 당 직책 부여가 선행되기 때문에 판 부행장이 차기 인민은행장으로 취임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2018년 시진핑 집권 2기가 시작될 때 이강 인민은행장이 당 위원회 부서기직을 맡으면서 인민은행장과 겸직이 사라졌지만, 이번에 판 부행장이 인민은행장에 취임하면 겸직 체제가 부활하게 된다. WSJ은 “고위직으로 승진한 판 부행장이 인민은행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가 인민은행장이 되면 당 서기와 겸임하게 되기 때문에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는 중국이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 이뤄져 주목된다. 최근 달러·위안 환율은 공급망 위험을 제거하려는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했다. 지난달 30일 위안화 가치는 역외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7.28위안까지 급락해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졌다.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미국, 유럽이 긴축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돼 자본 이탈이 심화,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인민은행이 중국 경제의 회복과 안정을 도모하고, 실물 경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단기·중기 정책금리에 이어 대출우대금리(LPR)를 10개월 만에 인하하며 실물경제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 부행장이 낙점됐다는 진단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판 부행장은 해외 자본 유출을 막고자 안전자산으로서 위안화의 역할을 강조해오는 등 위안화의 국제화에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그가 2010년대 중반 해외 자본 이탈을 억제하는 데 기여해 ‘소방관’으로 명성을 떨쳤다고 부연했다.

외신들은 판 부행장이 서방 국가에서 활동했던 이력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후 연구를 마쳤고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공공정책대학원)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일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에서 교육을 받고 연구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WSJ은 풍부한 국제 경험이 판 부행장이 당 서기로 발탁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지난 30년 동안 판 부행장의 경험은 외환, 채권 및 부동산 금융규제, 암호화폐 규칙 및 국영은행 개혁 등을 아우른다”며 “서구에서 훈련받은 인물로 시장에 어느 정도 확실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금융감독 부문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 하는 만큼 인민은행의 영향력 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 주석은 올해 3월 세 번째 5년 임기를 맞이하며 증권업을 제외한 모든 금융 활동을 감독하기 위해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설립했다. 인민은행의 금융지주회사 등에 대한 감독 책임이 총국으로 이관돼 시장에선 인민은행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한편 인민은행은 이날 이강 인민은행장이 2018년부터 겸임해온 당 위원회 부서기직에서 물러났다는 소식도 전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그는 궈수칭 부행장과 함께 조만간 은퇴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