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재배 허가 받고 ‘불법’ 유통·판매…일당 붙잡혀

by김미영 기자
2022.09.04 13:30:26

서울경찰청 마수대…29억 상당 대마초 압수
‘대마잎 폐기 참관’ 공무원 오기 전 빼돌려
경찰, 식약처에 관리·감독 개선 요청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당국으로부터 합법적인 대마 재배 허가를 받은 뒤 대마초를 불법 유통한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대마를 키워 불법 매매한 일당과 구매·흡연자 등 총 17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대마를 재배한 30대 A씨와 판매책인 50대 B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시가 29억원 상당의 대마초 29.3kg을 압수했다. 이번에 압수된 대마초 양은 작년 전체 대마 압수량(49.4kg)의 절반이 넘는 양으로, 9만7000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양이다. 최소 10㎏ 이상의 대마초를 수확할 수 있는 재배 대마 691주도 압수했다.

A씨는 대마 종자 채취 명목으로 감독관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북의 한 야산에서 대마를 재배했다. 현행법상 대마는 종자나 섬유 채취 목적이라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 재배할 수 있다. 다만 파종기인 5월과 수확기인 11월 한 차례씩 재배면적과 생산 현황, 수량 등을 보고해야 한다. 종자와 뿌리, 성숙한 줄기를 제외한 잎 등은 공무원 참관 아래 폐기하게 돼 있다.

A씨는 감독관청이 연간 두 차례 점검만으로는 실제 대마 재배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폐기 참관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오기 전에 대마잎 30여㎏을 수확해 숨긴 뒤, 선후배 사이인 B씨에 “대마초를 제조·유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판매 역할을 제안했다. 대마 재배지에서 일하던 주부 2명도 범행에 가담했다.



일당은 수확한 대마를 말리고 소분한 뒤 트위터·텔레그램 등에 대마초 판매 글 올렸고 이후 약 1kg을 수도권 일대에서 팔아넘겼다. 구매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전자담배용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제조해 공짜로 건네기도 한 걸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마초 흡연자들을 검거하던 중 직접 재배한 대마초를 유통하는 일당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를 벌여 지난 6∼7월 A씨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은 대마 재배 허가 후 관리·감독시스템이 허술하다고 보고 주무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