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 강남언니, 로톡 쓰는 이유는 품질보다 '편리함'

by김현아 기자
2021.12.25 17:10:49

전문직역 플랫폼 필요한 이유 1위는 편리함
자격자가 전부 제공 안해서 드는 걱정은 기우
특정 플랫폼 금지는 잘못된 전략
플랫폼화는 대세..독점 보장된 전문가들, IT기업과 협업하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올해 디지털 플랫폼의 화두는 소위 ‘전문직역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지난해 택시업계와 ‘타다’ 분쟁이 세상을 달궜다면, 올해는 의료, 법률, 세무,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직 이해관계자들과 ‘강남언니’, ‘로톡’, ‘삼쩜삼’, ‘직방’ 사이의 갈등이 전면화됐죠.

성형 정보를 공개하는 ‘강남언니’는 의료광고 심의 기준 위반 논란에, 중개 수수료 없이 변호사 정보를 안내하는 ‘로톡’은 불법 사무장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종합소득세 환급 신고와 세금 환급 정보를 제공하는 ‘삼쩜삼’은 무자격자 세무대리 행위라는 비판을, 비대면으로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직방’은 거대 플랫폼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에 섰습니다.

이들에게 서비스를 접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세무사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같은 이해관계자들입니다. 이들은 전문직 시장에는 아예 플랫폼이 들어올 수 없게 해야 한다며 법안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초 ‘타다금지법’ 처럼 기사와 차량을 함께 빌려주는 특정한 서비스 유형(렌터카 기반 택시호출)을 모빌리티 시장에서 전면 금지시키고 나니 걱정했던 일들이 사라졌을까요?

국토부가 밀어붙인 타다금지법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은 실종됐고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만 남아 독과점을 부추겼다는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당시 택시업계는 타다 앞에서 시위를 했지만 이후에는 카카오모빌리티로 달려갔죠. 비판 대상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지난 22일 열린 ‘2021 열린혁신정책플랫폼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유리 연구위원이 진행한 인터뷰 결과가 공개됐죠. 각 분야에서 일반 이용자 설문조사(1009명) 및 전문직 FGI(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74.9%(필요한 편이다 59.9%, 매우 필요하다 15.0%)가 ‘전문직도 플랫폼화가 필요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설문 결과, 이용자들이 전문직역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쉽게 이용할 수 있고(44.9%)▲다양한 정보가 공개돼 있다(26.8%)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서비스 가격이 낮아질 것 같아서(15.5%)나 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것 같아서(7.5%), 정보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 같아서(5.2%)는 후 순위였죠.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쓰지 않는 이유로 ▲현재도 불편하지 않아서(56.1%)▲ 전문직 서비스가 플랫폼에 종속될 것 같아서(14.6%) 순이었죠.

품질이 낮아질 것 같아서(12.2%), 능숙하지 못한 사람은 이용하지 못할 것 같아서(9.8%), 허위 과장 정보 유통이 증가할 것 같아서(7.3%)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되새겨 보면, 법으로 정해진 자격자가 직접 서비스 전부를 제공하는 게 아니어서 불안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거나, 플랫폼 간 과당 경쟁으로 가격이 하락해 시장이 파괴될 것이라는 걱정은 플랫폼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강남언니’, ‘로톡’, ‘삼쩜삼’, ‘직방’ 등을 쓰는 최대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고 안 쓰는 이유 역시 현재 불편하지 않아서이지, 협회들 걱정처럼 품질이나 가격 하락은 주요 고려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전문직역 플랫폼’의 속성과 관련됩니다. 택시 운전보다 전문적인 의료 행위나 법률 대리인 업무와 관련된 플랫폼이다 보니, 디지털 플랫폼화 돼도 전문직에 대한 의존이 클 수밖에 없죠. ‘로톡’ 서비스의 품질은 편리한 UI(사용자환경)외에도 좋은 변호사들이 광고해야(모여있어야) 좋아집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전문직역 플랫폼을 쓰지 않는 이유 중 첫 번째가 ‘현재도 불편하지 않아서’라면 디지털 전환이 확산할수록, 디지털에 익숙한 2030 세대가 경제의 중심에 설수록, 전문직역 플랫폼은 대세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반대하는 협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를 진행한 박유리 연구위원은 “특정 플랫폼을 금지하기 보다는 우려 사항을 보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서로 협업해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동의합니다. ‘법으로 독점 시장을 보장받았으니 아무도 들어오면 안 돼’라는 시각보다는 ‘나의 전문성이 고객들에게 더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IT 기업과 협업하겠다’는 자세를 가진다면 좋겠습니다.

그리하면 의료나 법률, 세무, 부동산 서비스의 품질은 더욱 좋아질 것이고, 사회 전체로 보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