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허리·목 뒤틀리는 난치병 이봉주 돕자”…시민들 나섰다

by장구슬 기자
2021.03.22 08:38:11

‘천안 출신’ 마라토너 이봉주, 1년째 근육 긴장 이상증 투병
천안 시청 간부 공무원·노조·시 체육회 등 모금운동 전개키로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충남 천안시 공무원과 시 체육회 직원들이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천안 출신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돕기에 나섰다.

이봉주, ‘근육 긴장 이상증’ 투병 근황. (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방송화면 캡처)
지난 21일 천안시에 따르면 박상돈 천안시장은 최근 이 선수가 극심한 통증 등을 겪으며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천안시 체육회 관계자들과 만나 이 선수를 돕기로 합의했다.

박 시장을 비롯해 시 간부 공무원,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천안시 체육회 임직원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조만간 이 선수를 위한 천안 시민 모금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이봉주 마라톤 대회’도 함께 구상 중이다.

박 시장은 “이 선수는 천안 출향 인사로 천안시가 중심이 돼 이 선수를 도와야 한다”며 “마라톤 대회는 이르면 올해부터 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교 천안시체육회장은 “대한민국 마라톤 영웅이자 천안 출신 대표적인 체육인인 이 선수가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니 안타깝다”라며 “천안시체육회가 앞장서 ‘이봉주 돕기 후원회’를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천안 출신인 이 선수는 1996년 제26회 애틀란타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 등 많은 국제대회에서 수상했으며, 2009년 대전 전국체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뒤 은퇴했다.

최근 이 선수가 1년 전부터 원인 불명의 근육 긴장 이상증을 앓고 있는 근황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선수가 겪고 있는 증상은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근육 긴장 이상증’이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꼬이거나 목이 뒤틀리면서 돌아가는 등 통증을 동반한 근육 이상이 나타나는 난치병으로 알려졌다.



이 선수는 지난 15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해 투병 근황을 공개했다.

당시 방송에서 등과 허리가 굽은 모습으로 등장한 이 선수는 “예전부터 약간 허리가 구부정한 상태였다”며 “신경을 써야 했는데 내 몸에 대해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갑자기 허리를 펼 수 없었다”며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년 동안 병원을 찾아다녀 근육 긴장 이상증이라는 병명을 진단받았다”라고 밝혔다.

이 선수는 “조금만 걸으면 숨이 찬다”며 “‘이 몸으로 평생 가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좌절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 밖에 나가기가 두렵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 인생을 마라톤과 비교하자면 절반을 지난 것 같다”며 “하프(절반)를 지나서 25km까지 와 있는 것 같고 그때부턴 정신력인 것 같은데 저도 지금이 제일 중요한 고비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고비를 현명하게 잘 넘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을 정말 잘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정할 것이고, 마라톤을 해왔듯이 정말 뭐든 이겨내지 않을까 한다”면서 “정신력을 갖고 버틸 것이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현재 이 선수는 꾸준한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