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구슬로 만드는 암모니아···100년 제조법 바꿔 수소경제 키운다

by강민구 기자
2021.02.24 06:23:22

[과학계 프론티어]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쇠구슬 굴리는 것만으로도 합성하는 방법 제시
백종범 교수 "수득률 82.5%로 높여···인류 문제 해결"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암모니아는 비료, 폭발물, 플라스틱, 의약 제조 등 산업현장에 두루 쓰이지만 생산 공정은 여전히 100여 년 전에 고안된 하버·보슈법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이같이 기존 암모니아 공정의 단점을 설명했다. 백종범 교수는 암모니아를 보다 쉽게 만들고, 경제성까지 높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국내외 학계에서 주목받은 연구자다.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사진=울산과학기술원)
암모니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400도가 넘는 높은 온도와 수심 약 2000m 깊이에서 느끼는 높은 압력에서 합성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문제도 있었다.

백종범 교수는 작은 쇠구슬들이 부딪히는 물리적인 힘으로 기계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암모니아를 합성했다.

용기에 쇠구슬과 철 가루를 넣고 회전시키면서 질소기체와 수소기체를 차례로 주입하면 빠르게 회전하는 쇠 구슬에 부딪혀 활성화된 철 가루 표면에서 질소기체를 분해한다. 여기에 수소가 달라붙어 암모니아를 만들어 내는 원리다.

이 방법을 활용하니, 반응물에서 생성물을 얻는 효율인 수득률이 기존 25%에서 82.5% 수준으로 높아졌다.



압력은 기존 대비 200분의 1 수준, 온도는 10분의 1 수준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버·보슈법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백 교수는 “복잡하고 큰 설비 없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위치에서 바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며 “암모니아 가스를 액화해 운송하거나 저장하는데 발생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로 분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소 경제 시대에 중요한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 가치도 높다.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억 4000만 톤의 암모니아가 생산되고 있는데, 최근 수소 연료 저장체로 주목받아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백 교수는 암모니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수소 경제 시대를 앞당기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백 교수는 “100여 년 전 하버·보슈법을 제안한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받고, 이 기술이 인류 기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였지만 보다 나은 기술을 만들고자 했다”며 “앞으로 수소 경제 실현에 기여하고,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