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떠난 레딧 개미들, 바이오주 몰려가 220% 띄웠다

by김정남 기자
2021.02.05 07:18:49

'주가 84% 폭락' 게임스톱 빠져나와
소형 바이오주에 돈 쏟아붓는 개미들
카사바 사이언스 주가 이번주 220%↑
수익 알리는 글 레딧 토론방 올라와
"개미들, 단일 종목서는 주요 투자자"
옐런 장관, 관련 당국들과 대책 논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이번에는 바이오다. 비디오게임 유통 체인 게임스톱의 주가를 확 띄웠던 레딧 개미들이 일부 소형 바이오주에 대한 집중 매수에 나섰다. 게임스톱 같은 일부 과열주들의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는 사이 카사바 사이언스 등의 주가는 이번주 220% 이상 폭등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게임스톱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2.11% 급락한 주당 53.50달러에 마감했다. 장 막판으로 갈수록 하락 폭을 키운 끝에 50달러 초반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399.92% 폭등한 이후 이번주 들어 4거래일간 83.54% 떨어졌다. 게임스톱의 주가는 이번 레딧 랠리 직전인 지난달 12일 주당 19.95달러(종가 기준)였고 지난해 줄곧 4~5달러대였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게임스톱 주가는 이날 정규장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추가 하락하고 있다. 오후 5시8분 현재 3.83% 내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현재 게임스톱의 유통주식 물량 대비 공매도 잔량 비중은 51%다. 지난주 한때 140%를 넘었지만 지금은 공매도 헤지펀드들이 숏 포지션을 다수 청산한 것이다. 배럿 자산운용의 에이미 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공매도 잔량이 확 줄어든 건 공매도 세력이 빠져나갔다는 신호”라고 했다.

게임스톱뿐 아니다. 영화관 체인 AMC의 주가는 20.96% 내린 7.09달러에 마감했다. 이번주 46.53% 내렸다. 의류 체인 익스프레스와 가정용품업체 베드배스&비욘드의 경우 이날 각각 7.87%, 3.60% 하락했다.

다만 레딧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 등을 중심으로 모인 개미들의 움직임이 끝난 건 아니다. 레딧 유저 메미넴씨는 이날 오전 “게임스톱 현상의 두 번째 물결이 일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 타깃은 소형 바이오주다. 특히 세 회사의 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애너벡스 라이프 사이언스 주가는 이날 43.45% 폭등한 14.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주 4거래일간 137.10% 치솟았다. 이날 장중에는 28.79달러까지 올랐다. 애너비스 바이오의 주가는 이날 7.65% 상승했다. 이번주 99.95% 폭등했다. 카사바 사이언스의 주가는 이날 27.88% 떨어지긴 했지만, 이번주 4거래일을 통틀어 보면 무려 220.03% 치솟았다.

레딧 개미들이 바이오주로 몰려간 건 이들 세 회사가 알츠하이머병, 코로나19, 암 등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레딧과 트위터 등을 통해 이들을 극찬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를 재료로 똘똘 뭉쳐 돈을 쏟아붓고 주가를 폭등시키는 게임스톱식(式) 투자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제퍼리스의 재러드 홀츠 헬스케어주 전략가는 “(이번주 세 회사의 주가 폭등은) 레딧 개미들이 계속 단일 종목의 거래에서 주요한 투자자가 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은 바이오주로 투자 방향을 바꾼 이후 그 수익을 알리는 회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중으로 연방준비제도(Fed),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의 수장들과 게임스톱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공매도, 증권 거래 앱 로빈후드의 주식 매수 제한 등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장관은 이날 A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사태가 추가 조치를 필요로 하는지 논의할 것”이라며 “그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