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윤지 기자
2021.01.09 10:00:00
운용사 대표부터 유튜버까지 ‘모시기’
‘동학개미’ 열풍 반영한 예능도 등장
‘장기·분산’ 투자 기본 강조 공통점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코스피 지수 3000 시대, 증권이 방송가의 주요 소재로 떠올랐다. 자산운용사 대표가 각종 예능 프로그램 주요 게스트로 등장하는가 하면, 주식을 소재로 한 웹예능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예능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만큼, 인기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여의도 큰 손으로 떠오른 개인 투자자가 있다. 방송가를 휩쓴 ‘증권맨’들이 남긴 메시지를 되짚어 봤다.
“집 대신 주식에 투자하라.” 존 리(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동학개미 운동’을 기점으로 ‘존봉준’(존리+동학대장 전봉준)이란 별칭을 얻었다. 2014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이후 꾸준히 책과 강연을 통해 주식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각종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최근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5일에도 KBS2 예능프로그램 ‘옥탑방 문제아들’에 출연했다.
존 리 대표는 일관된 이야기를 한다. 우리 사회가 열광하는 ‘부동산’과 ‘사교육’을 대신 주식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무조건 ‘금지’는 아니다. 수입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되 주식을 통해 노후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수와 매도 시점을 저울질 하기 보다 지속적인 장기 투자를 강조한다. 지난해 3월 패닉장에서 여타 전문가들이 ‘일단 현금을 챙기라’고 말할 때도 주식 투자를 권한 이유다.
“소비하고 괜찮다고 느끼면 주주가 돼라.”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11월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이처럼 말했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IMF) 당시 종잣돈 3400만원을 주식을 통해 156억원으로 불린 투자 대가로 꼽힌다. 그는 방송을 통해 ‘지갑을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기업, 즉 일상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무엇보다 “‘좋은 주식은 사고 바로 수면제를 먹어라”라고 권했다. 헝가리 유대인 출신으로 유럽의 위렌 버핏으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격언을 이용한 것이다. 우량주를 매수해 장기 투자하면 수익률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강 회장은 “인기 있는 주식이 아닌 좋은 주식을 사야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삼성자산운용 출신 경제 유튜버 슈카(전석재)는 구독자 수 100만명을 자랑한다. 카카오TV ‘개미는 뚠뚠’과 같은 재테크나 주식을 소재로 하는 각종 콘텐츠에 자주 볼 수 있다. 펀드 매니저, 채권 프랍트레이더 등의 이력을 살린 전문가로서 시청자 눈높이 맞춘 정확한 설명이 특징이다.
지난 6일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를 통해 지상파 예능에도 진출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증권가 근무 경험담을 유쾌하게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슈카는 “(펀드 매니저로서)주어진 돈이 수백억원, 수천억원 단위인데, 여기서 5~10% 손해를 보면 직장을 잃는다”면서 중압감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만화책을 보거나 ‘19금’ 사이트를 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개인 투자자에게 적용한다면 분산 투자의 중요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