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만의 '우주쇼' 못본다...아틀라스 혜성 '산산조각'

by강민구 기자
2020.04.30 09:39:47

혜일·밥 혜성 이후 대혜성으로 기대 모아
태양에 다가가며 쪼개져...예상 밝기보다 감소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1997년 헤일·밥 혜성 이후 20여년만의 ‘우주쇼’가 무산될 전망이다. 다음 달 밤하늘을 밝힐 대혜성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아틀라스 혜성의 밝기가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아틀라스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 지난달 말경부터 현재까지 원내 관측 시스템 ‘OWL-Net’을 활용해 혜성의 변화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혜성의 중심 밝기가 타원형으로 일그러지고 있고, 예상 궤도를 약간 벗어나는 정황을 통해 아틀라스 혜성이 태양으로 다가가면서 쪼개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지난 달 30일 사진(왼쪽)과 이번달 17일 사진(오른쪽)을 비교하면 혜성 밝기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사진=한국천문연구원>
아틀라스 혜성은 미국 하와이대학이 개발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지원하는 소행성 충돌 조기 경보시스템인 ATLAS(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를 통해 지난해 12월 발견됐다. 발견 당시에는 희미했지만, 지구에 다가오며 속도가 빨라지고 밝기가 증가했다.



올해 초 미국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호라이즌스(NASA JPL Horizons)는 이 혜성이 지난 1997년 헤일·밥 혜성 이후 금성이나 초승달에 버금가는 밝기로 북반구 밤하늘을 밝힐 대혜성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틀라스 혜성은 지난달 초에 예상 밝기보다 감소하는 것이 관측됐고, 추가 관측을 통해 혜성의 핵이 4개로 나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4개 개별 조각에 대해 궤도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지난 20일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결과 혜성의 핵이 최소 10개 이상으로 쪼개진 것을 확인했다.

약 6000년 공전주기로 돌아오는 아틀라스 혜성은 현재 금성·지구 궤도 사이에 있다. 다음 달 23일 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다가오고, 31일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을 통과했다가 태양계 외곽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혜성은 현재 밤하늘의 큰곰자리 인근 기린자리에서 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하고,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다음 달 중순경에는 페르세우스자리 근처로 이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