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증시]'바람돌이 소닉'이 영종도까지 온 사연

by김무연 기자
2019.08.10 11:00:00

세가, 1990년 대를 주름잡던 게임 기업
경영 실패로 파칭코 업체 사미에 인수
사미, 파라다이스와 손잡고 영종도 카지노 사업 진출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지난해 7월 일본 게임사 세가(SEGA) 게임즈의 한국지사인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세가의 대표 캐릭터 ‘소닉’이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를 방문한 사진을 올렸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시티는 5성급 호텔을 비롯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복합 리조트다. 소닉이 굳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세가는 스탠더드 게임스(Standard Games)의 일본지부 서비스 게임 저팬(Service Games Japan)이 로젠 엔터프라이즈와 합병돼 설립됐다. 회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스탠더드 게임스의 역사까지 포함하면 설립 연도는 무려 19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아케이드 게임 회사 중에선 가장 웃어른 뻘이 된다.

세가의 로고는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회사의 대표 2D 액션 게임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탓이다. 이동키와 점프만으로 모든 게임 조작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불, 전기, 물 등 속성별로 특색이 강했던 보호막과 초원, 사막, 수중, 설원 등 다양한 배경, 카오스에메랄드 수집을 위한 미니 게임 등 여러 가지 흥미 요소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세가는 소닉 시리즈 외에도 원더보이, 사쿠라 대전, 뿌요뿌요, 버추어파이터 등 유명 게임 시리즈를 내놓으며 1990년대 게임 시장을 주름 잡았다. 그러나 1998년 자사의 ‘플레이스테이션’을 누르기 위해 준비한 게임기 ‘드림캐스트’가 소니의 차기작인 ‘플레이스테이션2’에 완전히 밀리면서 엄청난 영업 적자만을 본 채 게임 콘솔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다.

2001년 오카와 이사오(大川功)은 자신의 경영 실패를 인정하고 사재 850억엔을 출연해 회사의 재기를 도모했지만 지속적인 주가 하락과 영업 손실로 결국 세가는 매각 수순을 밟게 된다. 당초 일본 게임 기업인 ‘남코’가 인수자 물망에 올랐으나 세가 측은 거절했고 평소 오너 간 친분이 두터웠던 파칭코 회사 ‘사미’에 2004년 매각된다. 세가를 인수한 사미는 지주회사 세가사미홀딩스를 세우고 모바일·아케이드 등 게임 관련은 중간 지주회사 세가 홀딩스에 일임한다.





합병 후 세가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많은 스튜디오와 지사의 문을 닫았고 이후 대세가 된 모바일 게임 부문 위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한편 지주회사의 다른 축인 사미는 파칭코 사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눈독을 들인 것이 카지노와 리조트 사업이다. 사미는 일본 미야자키 시의 복합 리조트시설 ‘시가이아’를 운영하는 피닉스리조트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미는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리조트·카지노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2012년 파라다이스 그룹과 함께 ‘파라다이스 세가 사미’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해 영종도에서 5성급 호텔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 운영에 나섰다. 2014년 매출액 442억원을 기록했던 파라다이스 세가 사미는 지난해 매출액 3016억원을 달성하며 큰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일본 내부에서도 세가사미홀딩스에 우호적인 움직임이 이어졌다. 카지노 영업이 불법이던 일본마저 카지노 산업의 경제 효과를 노리고 지난해 7월 카지노 합법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 지난해 초 1340엔을 수준이던 회사의 주가는 카지노 합법화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꾸준히 상승해 같은 해 8월 10일 1984엔까지 상승했다.

과거의 명성만큼은 아니지만 세가사미홀딩스는 게임 부문에서도 다시금 반등의 기회를 찾고 있다. 세가사미홀딩스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올해 4 ~6월기 연결 실적 순이익은 17억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5배 늘어났다. 세가사미홀딩스 측은 패키지 게임의 신작 ‘토탈워’ 시리즈의 판매가 예상을 크게 상회했으며, ‘판타시 스타 온라인 2’의 업데이트가 수익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부진한 실적으로 1211엔까지 떨어졌던 주가 또한 1404원까지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일본에서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복합리조트 카지노가 영업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카지노 사업자 선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세마사미홀딩스는 사업자 입찰에 참여할 것을 공식 천명했고 글로벌 카지노 기업 윈(Wynn) 리조트 또한 일본 진출 의사를 피력했다. 향후 카지노 사업자 선정 결과에 따라 회사의 주가는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