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휴대폰 보험..소비자의 선택은?

by방성훈 기자
2014.08.23 10:14:46

고객·통신사 ''윈-윈'' 상품 불구 ''도덕적 해이''가 변수
''허위신고=보험사기''..소비자 인식 개선 필요
약관 위배 소지 여부..해석 차이로 논란 가능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동부화재가 KT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휴대폰 보험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허위 분실신고에 따른 도덕적 해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손해율 급증에 따른 건전성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23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 업계에 따르면 KT와 동부화재는 지난 6월부터 새로운 내용을 담은 휴대폰 보험 ‘올레폰 안심플랜 시즌2’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보험 가입 16개월 이후부터 보험 계약 만료 시점인 24개월 사이에 휴대폰을 분실하면, 해당 시점 출고가의 80%에 상당하는 기기변경 포인트(기기변경에 한정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지급해준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1~15개월까지는 기존에 이용하던 단말기와 똑같은 기종으로 교체해 주고, 단종된 경우 같은 수준의 단말기 또는 기기변경 포인트로 보상해 줍니다.

통상 16개월이 지나면 출고가는 신규 제품 출고가의 8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즉 현재 출고가의 64% 가량을 기기변경 포인트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갤럭시S 5를 예로 들면, 현재 87만원 가량인 출고가가 16개월 후에는 80% 수준인 70만원으로 떨어집니다. 이 때 지난 6월19일 이후 동부화재에서 판매해 온 KT휴대폰 보험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돼 있다면 동급 기기를 받거나 56만원 상당의 기기변경 포인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새로운 휴대전화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신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기존 가입 정보나 포인트 적립 등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통신사인 KT 입장에서도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며 기기 가격을 할인받는 소비자 관행을 생각하면, 가입자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윈-윈(Win-Win) 상품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보험 가입 고객이 비(非)양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6개월이 지난 후 신규 휴대폰으로 갈아타려고 허위로 분실신고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 휴대폰 보험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허위로 신고하고 보험을 통해 더 좋은 휴대전화로 갈아타는 일이 급증했습니다.

각 보험사 손해율이 120% 이상 높아지는 등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이 2년여 만에 다시 등장한 것입니다.

약관에 위배될 소지도 있습니다. 2012년 당시 국무총리까지 나서 휴대전화 민원 및 관련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2013년 5월 휴대전화 분실보험 국문 약관을 표준화 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보험사는 현재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때 ‘현물(또는 동급 기기)’로 보상해야 한다고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부화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보험사에서 이같은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도 약관 위배 소지가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동부화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약관에 따라 고객이 휴대폰을 분실한 경우 같은 기기 또는 동급 기기를 고객에게 지급하되, 이 과정에서 KT가 현물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기기변경 포인트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금감원은 약관 위배 소지가 있다면서도 소비자가 예전처럼 허위로 분실신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칩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양심에만 맡기기에는 2012년의 트라우마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동부화재의 ‘올레폰 안심플랜 시즌2’ 보험 취급을 거절한 것도 손해율 급증을 우려해서입니다.

아울러 영업점이나 대리점 등 판매 일선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현금이나 다름 없는 기기변경 포인트로 보상해 준다며, 돈을 조금만 더 보태 신규 제품으로 갈아타면 된다고 소개합니다.

동부화재의 설명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보다 큰 문제는 선의의 보험 가입자가 급증하는 손해율에 대한 비용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점입니다.

‘올레폰 안심플랜 시즌2’ 프리미엄 서비스(월 보험료 4700원)에 가입한 뒤 24개월을 무사고로 사용했을 땐 약정기간 만료시 3만 포인트만 지급받게 됩니다. 2년 동안 총 11만2800원의 보험료를 냅니다. 이후 기기변경을 하려면 신규 휴대전화 기기 값을 전액 지불해야 합니다. 역차별이 발생합니다.

금융상품 특성상, 특히 보험 상품이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본연의 취지에서 살펴보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실제 휴대폰을 잃어버린 고객이 아닌, 허위로 분실신고를 한 고객에게 휴대폰 값을 조금씩 보태준 셈이 됩니다.

외제차 수리비용 때문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되고, 전체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신용카드 고객이 ‘체리피커’(실속·혜택만 챙기는 소비자)를 위해 연회비를 내고 있다는 논리와도 궤를 같이 합니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폰 불법 보조금 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법 보조금 지원이 일부 소비자에게는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지원을 받지 못한 고객들은 조금씩이나마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인식입니다. 허위로 휴대폰 분실신고를 하는 것은 명백한 ‘보험 사기’입니다. 허위 분실신고가 적발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한 고등학생이 휴대폰 분실 신고 후 2주일 만에 휴대폰을 되찾았는데 이를 보험사에 반납하지 않아 보험사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한 직장인은 허위 분실신고 후 공기계를 인터넷 중고매매 사이트에 올렸다가 휴대폰 환수 및 100만원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올레폰 안심플랜 시즌2’ 상품을 판매할 때는 반드시 이런 설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 가입 후 16개월이 지난 고객이 신규 핸드폰으로 기기를 변경하고 싶어졌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고객의 몫입니다. 고객들이 어떤 선택을 내렸을지는 16개월 이후 손해율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지난 2012년처럼 손해율이 높아지게 되면, 금감원은 건전성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