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한규란 기자
2013.07.09 09:07:59
국토부·아시아나 “조종 미숙 예단 못해”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아시아나항공(020560) 여객기 착륙 사고와 관련해 “조종사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종사 과실을 사고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데보라 허스먼 NTSB 의장은 9일(한국시간) 언론 브리핑을 열고 “블랙박스 기록에 따르면 충돌 3초전 사고기 속도는 103노트(시속 190km 상당)로 비행 중 최저 속도”라며 “조종사 한 명이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하자 50%에 머물고 있던 엔진 출력이 상승하기 시작해 여객기 속도가 106노트로 올랐다”고 말했다.
정상 착륙을 위한 속력은 137노트(253km)다. 조종석 경보 장치도 너무 낮은 속도 때문에 추력 상실을 경고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가 너무 느려 기체 고도가 낮았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NTSB는 앞으로 사흘 정도 더 사고기를 조종한 이강국 기장과 이정민 부기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허스먼 의장은 “면담 조사에서 조종사들이 어떤 조치를 했고, 왜 그런 조치를 했는 지 들여다 볼 것”이라며 “조종사들의 활동 기록과 근무시간, 피로도, 휴식여부, 질병 여부, 약물 복용 등 조종사들의 인적 요소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전날부터 조사에 합류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 사고의 실마리를 풀어줄 블랙박스를 해독하기 위해 국토부와 아시아나항공 소속 조사관 2명이 9일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으로 출발한다.
NTSB는 사고 조사 첫날부터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둔 듯한 블랙박스 해독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또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자동 착륙유도장치인 ‘글라이드 스코프(Glide scope)’ 고장은 사전에 고지했었다며 공항의 과실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도 했다. 여기에 조종사들의 보잉 777 운항 경력 등이 알려지면서 조종 미숙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과실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정호 항공정책실장은 “사고에 관한 모든 내용은 한·미 공동으로 블랙박스를 비교 분석한 다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블랙박스 해독을 포함한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통상 1년 이상 걸리고 길게는 3년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관숙 비행시 모든 운항에 관한 책임은 교관 기장이 진다”며 “사고 원인이 조종사 과실 때문이라는 추측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