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M&A 고민 `물류냐 금융이냐`

by백종훈 기자
2007.11.19 09:31:09

외환銀·증권사 이어 대한통운 M&A도 `관심`
"물류 M&A 필요" vs "금융 대형화 추진해야"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물류·금융부문에서 인수합병(M&A)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협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각 분야에서 M&A로 덩치를 키울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농협이 동시다발적인 M&A를 벌이기는 쉽지 않아 결국 `선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A 방향을 놓고 농협내 경제사업 부문과 금융사업 부문간에 미묘한 견해 차이도 감지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이르면 이달말 시작될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을 검토중이다.

농협 농업경제기획부 관계자는 "대한통운 매각공고가 나면 입찰에 참여할 것을 검토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또 론스타와 HSBC간에 외환은행 인수계약이 불발될 경우,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 증권분야에서도 NH투자증권(016420)을 `빅5`로 키우기 위해 증권사 M&A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농협은 옛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바 있으며 보험사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농협이 이러한 각 M&A 수요에 모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농협 고위관계자는 "한정된 잉여자금을 어느 M&A에 먼저, 집중 투입할 것인지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대한통운의 경우 10여곳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예상 매각가격이 적게는 2~3조원, 많게는 3~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외환은행 인수 필요자금은 6~7조원에 이른다. 증권사의 경우 중소형 업체만 해도 최근 몸값이 5000억원 내지 1조원은 필요하다.

각 부문간 논리경쟁도 치열하다.

농협 신용(금융) 사업부문은 자본시장통합법 도래를 맞아 금융 대형화는 필수적인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1조원의 순익을 낸 금융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농협 전체적으로 볼 때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도 수조원을 들여 대한통운을 인수한다해도 연간 예상순익은 500억~700억원 정도지만, 은행이나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훨씬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금융부문에 투자하지 않고 적자부문에 여력을 쏟는 것에 대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는 부정적인 인식도 일부 있다.

반면 농협 경제(유통) 사업부문은 농협 본연의 기능인 농산물 유통에 보다 집중하려면 대한통운과 같은 대형 물류기업 인수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또 적자가 나기 때문에 더욱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사업부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에 대한 판단은 경제사업부가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다"면서 타 사업부의 의견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 논란 이외에 외부적인 문제들도 농협의 행보에 부담을 주고 있다.

 

우선 신용-경제사업 분리 과제가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10년후인 2017년까지 현 농협을 중앙회와 경제(유통), 신용(금융)의 3개 법인으로 분리키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신용부문은 9조7000억원을, 경제부문은 4조6000억원을, 중앙회(교육·지원)는 3조2000억원을 각각 추가 자본금으로 적립해나가야 한다. 참고기사 ☞「농협 신용·경제사업 과연 분리될까(3월29일 오후4시1분)」

농협 전체적으로 매년 8000억~9000억원씩 자본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M&A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농민단체는 `M&A보다 농민지원에 더 집중하라`고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감독기구가 많다는 점도 농협의 M&A 추진을 쉽지 않게 하고 있다.

경제사업쪽은 주무부처인 농림부 정도가 있지만, 금융사업쪽은 농림부와 재경부, 금감위와 금감원 등과 폭넓은 `교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여권이나 청와대와의 비공식 사전협의까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