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거래소,상승 발목잡는 수급여건 악화

by이정훈 기자
2000.11.17 11:20:59

거래소시장이 최근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매물벽을 뚫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17일 현재까지 종합주가지수 기준으로 540~560선의 지수대에서 꽉 막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악화된 수급여건을 감안할 때 이같은 기간 조정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당분간 기간 조정을 벗어나기에는 시장 에너지가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외국인 순매수, 미지수= 무엇보다 현 시장의 문제점은 각 지수대 마다 걸려있는 매물벽을 돌파하기에 매수세가 턱없이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도 미국 증시와의 연동성이 여전해 미국의 안정이 오기 전까지 외국인 순매수 기조를 기대하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전진오 수석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경우에도 경기 둔화와 인플레 압력, 대선 결과 등 불안한 요소가 너무 많다"고 전제한 뒤 "지난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고, 4분기 기업실적 회복이 불투명해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인은 미국 증시는 물론 국내 구조조정 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이미 전체 시장의 3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매수 타이밍을 잡더라도 과거처럼 대규모로 순매수할 만큼 여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그램매수, 역부족= 기관의 프로그램매수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만, 이 또한 추세적인 상승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최근 매수차익거래잔고가 2000억원도 안돼 시장 베이시스가 플러스로 돌아설 경우 최대 1조원 이상 추가 매수가 유입돼 지수 상승을 주도할 것이란 "장미빛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NO"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증권 심상범 선임연구원은 "과거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바닥권에 도달한 후 6000억원 이상 증가할 때 까지 지수 등락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하락했다"며 "프로그램매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더라도 추세적인 상승을 이끌지는 못했고, 설령 단기적으로 상승시키더라도 곧 제자리를 찾았다는 게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성 위주 자금운용= 자금운용의 안정성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즉,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익 위주의 증시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국고채 등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전 수석연구원은 "구조조정은 "플로우(흐름)"의 개념이라 단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근 국고채 금리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등 안정성 자산 운영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증시로의 유동 자금 유입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화증권 박시진 투자전략팀장도 "이는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미국에서의 금리 인하나 국내 투기채시장의 수요 진작 등이 나타나지 않으면 쉽게 벗어나기 힘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