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경영진, 올해 주가 급등에 1.8조원어치 현금화
by방성훈 기자
2024.12.23 08:55:29
CEO·임원진·이사진 등 보유주식 잇따라 매각
넷플릭스 CEO도 스포티파이 주식 팔아 87억원 벌어
작년 구조조정 등 수익성 집중하며 올해 주가 3배 급등
"수십개국서 구독료 인상했지만 가입자 빠르게 늘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의 임원진들이 올해 주가 급등에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총 1조 80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현금화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스포티파이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분석한 결과, 스포티파이의 공동창업자 2명을 포함해 약 20명의 임원진이 12억 5000만달러(약 1조 8119억원)어치의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스포티파이의 주가는 지난 20일 주당 460.8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에는 올해 최고가인 주당 502.38달러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주당 187.91달러와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거의 세 배 가까이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시가총액도 1000억달러에 근접했다. 주가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던 2022~2023년까지만 해도 스포티파이의 시총은 200억달러 미만이었다.
이에 스포티파이의 경영진 및 임원진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대거 현금화했다. 일부는 주식으로 보상 받는 미 최고경영자(CEO)들에겐 흔한 사전 매각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스포티파이의 CEO이자 공동창립자 중 한 명인 대니얼 에크는 올해 약 3억 500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각했다. 최근에도 지난 11일 2800만달러어치 주식을 현금화했다. 현재 그의 순자산은 70억달러(약 10조 14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다른 공동창립자로 아직 스포티파이 이사회에 남아 있는 마틴 로렌손은 5억 5000만달러 이상의 주식을 매각했다.
구스타프 소더스트롬 최고 제품·기술 책임자(1억 600만달러), 카타리나 베르크 최고인사책임자(3800만달러), 알렉스 노르스트롬 최고비즈니스책임자(6300만달러), 더스티 젠킨스(600만달러) 등이 보유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외에도 스포티파이 이사에 이름을 올린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CEO가 스포티파이 주식 매각을 통해 600만달러(약 87억원)를 벌어들였으며, 장기 근속 근로자들도 그동안 보상으로 받았던 주식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포티파이의 주가가 앞으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FT는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는 각각 음악과 TV 분야에서 경쟁사들을 앞지르며 ‘스트리밍 전쟁’의 확실한 승자로 자리매김했다”며 “월가는 에크 CEO가 회사의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짚었다.
에크 CEO는 지난해 직원 4분의 1을 해고하고 구독료를 인상했으며, 그 결과 회사는 올해 매 분기마다 이익을 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수 십개국에서 구독료를 인상했음에도 가입자 이탈은커녕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올해 이익 마진 실적은 (매우) 놀랍다”면서 주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도 “스포티파이는 오랫동안 독특하면서도 강력한 제품 제공 및 성장 기회를 가졌다”며 “올해부터 이익 (창출) 기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