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백기투항?…'아웃링크' 결제 허용했으나 새 수수료 도입

by정다슬 기자
2024.08.09 08:16:00

글로벌 매출 최대 10% 과징금 EU DMA법에
가을부터 아웃링크 통한 제3자 결제 허용
앱 설치 수수료 신설…12개월간은 제3자 결제도 수수료 10% 받아
스포티파이·에픽게임즈 "애플, DMA법 또 위반" 주장
''방통위'' 멈춰선 韓, 9개월째 ''인앱결제 강제금지법&apos...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애플이 유럽에서 외부 결제로 이어질 수 있는 ‘아웃링크’를 허용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줄어드는 수수료 수입을 보완할 만한 새 수수료 정책도 도입했다. 그간 애플과 각을 세워온 스포티파이와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또다시 디지털시장법(DMA)를 위반했다며 비판했다.

애플은 8일(현지시간) 오는 가을부터 유럽 앱 개발자들에게 앱 내에서 다른 플랫폼이나 웹사이트로 연결하는 링크(아웃링크)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앱 개발자는 고객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다른 앱이나 웹페이지로 연결하는 링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은 그동안 외부로 연결하는 링크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고 인앱 결제를 강제해 왔다.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않은 앱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으며 제3자 앱마켓을 애플기기(iOS)에서 허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최근 애플은 이 지역에서 운영방침을 바꿔나가고 있다. 27개 EU회원국에서는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않고도 아이폰·아이패드 등에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고, 제3자 앱스토어도 허용했다. 이어 이번엔 아웃링크를 통한 외부결제를 허용한 셈이다.

이는 지난 3월 전면 시행된 DMA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규제하는 법이다. 법을 어긴 플랫폼 사업자는 전 세계 연간 총매출의 최고 10%를 과징금으로 부과받는다. EU는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가 사실상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내년 3월께 제재 수위 등 최종 결론을 확정할 예정이다.

애플이 EU의 압박에 ‘백기투항’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애플은 이번 앱스토어 운영방침 변경과 동시에 새 수수료 체계를 발표했다.



앞으로 새로운 사용자가 해당 앱을 처음으로 설치하면 애플은 개발자로부터 5% 수수료를 받게 된다. 또 앱 설치 후 첫 12개월 동안은 다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모든 판매에 대해서도 애플은 해당 거래의 10%를 수수료로 받게 된다.

그동안 애플은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앱스토어를 통해 이뤄진 인앱 결제에 대해서만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단,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개발자는 1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애플의 새 수수료 정책이 유럽 내 개발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구체적으로 아직 알 수 없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의도적으로 혼란스러운 제안”을 했다면서 현재 구체적인 영향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스포티파이는 1차 평가에서 “애플은 사용자와의 아주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25%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서 다시 한 번 DMA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도 엑스(X)에 올린 게시물에서 “앱스토어 경쟁을 개방한 EU에서 애플은 경쟁 스토어로 이전하는 사용자에게 불법적인 새로운 15%의 정크 수수료를 부과하고 경쟁 스토어의 상거래를 모니터링하는 등 악의적인 규정 준수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을 시행한 한국에서도 애플은 아웃링크를 통한 제3자 결제를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애플은 외부 결제 방식에도 최대 27%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기존 입앱 결제 수수료(최대 30%)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에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애플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과징금 690억원을 부과하는 시정조치 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최종 결정을 9개월째 내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