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신약 시대 도래...K-바이오, 길리어드 신화 나온다

by송영두 기자
2023.11.22 08:26:09

내년부터 국산 연매출 1조 블록버스터 줄줄이
글로벌서 K-바이오 신뢰↑, 글로벌 네트워크 활발해져
대규모 투자 K-바이오로 몰려, R&D 선순환 구조 확립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혁신 신약 개발로 연매출 1조원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끊임없는 신약 R&D로 기업 연매출 1조원 시대에서 신약 하나로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시대가 다가왔다는 평가다. 과거 바이오벤처로 출발해 혁신신약 개발로 짧은 기간내 빅파마로 성장한 길리어드 사이언스 사례처럼 국내 기업들의 퀀텀점프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몇 년 내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 중 연매출 1조원이 가능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 후보군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획득한 셀트리온(068270) 짐펜트라(자가면역질환), HK이노엔(195940) ‘케이캡’(위식도역류질환), SK바이오팜(326030) ‘엑스코프리’(뇌전증 치료제), 유한양행(000100) ‘렉라자’(비소세포폐암), 한미약품(128940) ‘롤론티스’(호중구감소증) 등이다.

이들 치료제 모두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대규모 시장 진입이 유력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글로벌 연매출 1조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한다면, K-바이오 산업 전반에 큰 변화는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서는 순간순간 높은 허들이 존재한다. 연구개발(R&D)도 그렇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10여년 이란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투자하기가 어려운게 사실”이라면서도 “어려움을 뚫고 신약을 개발에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다면, 매출뿐만 아니라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다. 또한 한국 바이오산업의 평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주가 추이.(자료=인베스팅닷컴)
잘 만든 신약 하나가 기업을 어떻게 변화 시키는지는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잘 보여준다. 1987년 ‘올리고젠’이라는 바이오벤처로 출발한 길리어드는 2023년 세계 20대 제약사로 거듭났다. 혁신신약 개발에 성공해 연매출이 조 단위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약물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길리어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피하던 인플루엔자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플루엔자 치료제에 개발을 기피한 까닭은 투자 비용 대비 치료제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리어드는 1999년 스위스 로슈와 타미플루 공동개발에 나섰고,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에 타미플루를 출시해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2011년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고, 2014년부터 C형 간염치료제 하보니, 엡클루사, 보세비를 출시하면서 매출은 물론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실제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타미플루 매출은 무려 3조원에 달했고, 주가도 껑충 뛰었다. 이어 2011년부터 에이즈 치료제, C형 간염 치료제를 연이어 내놓으며 2022년 연매출이 약 34조원에 달했다. 이는 매출 기준 글로벌 제약사 중 1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길리어드 제품 중에서는 에이즈 치료제인 빅타비가 103억 달러(약 13조2700억원)의 매출(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 8위)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가도 나스닥에 상장했던 1992년 0.38달러에 불과했던 주가는 1999년 타미플루 개발 당시 2.17달러로 상승한 뒤부터 주가가 상승해 2011년 2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이후 에이즈 치료제와 C형 간염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2015년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그 결과 창업 초기인 1992년 3억 달러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2023년 현재 940억 달러(약 121조1557억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약 30년만에 시가총액이 3만1233% 상승한 것이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매출 1조 블록버스터 신약을 배출하게 되면, 길리어드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개별 기업의 글로벌 도약은 물론 K-바이오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아직까지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한계성이 지적돼 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못쌓았던 이유”라면서도 “내년부터는 연매출 1조원 매출이 가능한 신약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블록버스터 신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제2의 길리어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은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하면 단순 숫자만의 의미보다는 경험치가 쌓이는 것이고,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킹이 그 전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킹의 활성화로 인수합병(M&A), 파이프라인 인수 등 국내 기업들을 향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결국 풍부한 자금으로 R&D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K-바이오 생태계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글로벌 TOP 20위권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복수의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기준 1위 기업은 1003억3000만 달러(약 130조원)를 벌어들인 화이자였고, 20위는 162억1810만 달러(약 21조원) 매출을 낸 비아트리스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20위 제약사 연매출은 약 21조원이었다. 국내 기업들도 하나의 블록버스터 신약이 아닌 다수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해야 수십조 매출이 가능하다”며 “지난 20~30년간 글로벌 기업들의 순위 변동은 거의 없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는 만큼 글로벌 TOP 20위권 제약사 탄생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