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통화' 보도에…"제2의 국정농단, 최순실은 순한 맛"

by김민정 기자
2022.01.17 08:56:57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보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대응을 자제했지만, 일부 여권 인사들은 방송 이후 김씨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 17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에서 캠프 구성에 대한 강의를 요청하며 “그 룰을 가지고 캠프 정리 좀 하게”라고 말했다. 또 이 기자에게 캠프 합류를 권유하며 “잘하면 1억 원도 줄 수 있지”, “양쪽에 줄을 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김씨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민주당 남영희 선대위 대변인은 그가 사실상 윤 후보의 ‘비선 실세’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남 대변인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한 발언을 꼬집으면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트라우마 이은 김건희 트라우마? 이 대표 비겁해지지 마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대위 내 비선 실세로 칭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 문제를 거론하며 최순실 사태를 언급했다. 당시 이 대표는 “최순실이 출근하고 직위가 있었으면 비선 실세가 될 수 없었을 것”, “우리 국민들은 계선조직 상 없는 사람이 단순 조언자 역할 이상의 실질적인 직무를 맡는 것을 싫어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남 대변인은 “2022년 대선을 5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최순실’이라는 단어는 이제 ‘김건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대변인은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던 트라우마가 컸다던 이준석 대표다”라며 “하지만 이 대표는 오늘 김씨의 녹취 내용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라우마 극복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이상한 점’에 대해 국민께 소상히 설명하고 잘못을 구할 때 가능해진다”며 “만천하에 드러난 이번 김건희판 ‘제2의 국정농단’을 축소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언사로 인해 스스로 비겁해지지 마라”고 지적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서 기자에게 ‘돈을 주겠다’는 김씨의 발언을 염두에 둔 듯 공직선거법 제235조 ‘방송·신문 등의 불법이용을 위한 매수죄’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며 “선거법에 이런 조항이”라고 적었다.

열린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전 의원은 “오늘 김건희발 인생 사는 가르침은 양다리 전략”이라고 SNS에서 비꼬았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종인이 (캠프에) 오고 싶어했다’, ‘돈을 안 챙겨줘 미투가 터진다. 안희정이 불쌍하다’는 내용의 김씨 발언을 나열하면서 “국힘당 윤석열 후보도 같은 생각?”이냐고 비꼬았다.

뿐만 아니라 친여권 성향의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김씨를 겨냥하면서 “최순실 시즌2”, “최순실은 순한 맛으로 느껴질 정도”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대중 정서를 건드릴 만한 파괴력 있는 내용은 없었다는 실망감 섞인 반응도 나왔다.

이낙연 경선 후보 캠프에서 공보단장을 맡았던 정운현 전 총리 비서실장은 “주목을 끌었던 사안에 비해서 별로 충격적인 것은 없었던 것 같다”며 “시청 후 페북 등의 반응을 살펴봤더니 대체로 나와 비슷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