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기부양안 서명 거부…美, 셧다운·실업수당 중단 우려

by방성훈 기자
2020.12.27 11:45:34

트럼프 “1인당 2000달러 지급해야”…부양안 서명 거부
WSJ “1400만명 실업수당 지급 중단…29일부터 셧다운 가능성”
바이든 “트럼프 서명 거부루 심각한 결과 초래”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이 제 때 발효될 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부양안은 미 공화당·민주당 지도부가 수개월간의 논의 끝에 합의하고 의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초당적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면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직자들에 대한 실업수당 지급이 중단되고, 집세를 내지 못한 세입자들이 강제로 쫓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 연방정부가 또다시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추가 경기부양안과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마련한 예산안이 함께 묶여 있는 법안에 대해, 서명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부양안에 담긴 1인당 600달러인 재난지원금 지급액을 2000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1조 4000억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2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1인당 600달러 지급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적은 금액이라며 미 의회가 법안을 수정해이를 1인당 2000달러로 늘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난지원금 증액 요구에 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표하며 지난 24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2000달러 증액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속해 있는 공화당이 되레 이를 거부했다.



반면 같은날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한 대외 원조를 포함한 지출계획 일부를 삭제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는 민주당 쪽에서 반대했다.

문제는 추가 경기부양안이 조속히 시행되지 않을 경우 최대 1400만명에 달하는 실직자의 실업수당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정부는 코로나19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실업수당 청구 자격이 없는 독립 계약자 또는 ‘긱 근로자(고용주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는 임시직 근로자)’ 등에게 보조 실업수당을 지원해왔다. 또 6개월이상 장기실직자들에게는 13주 추가 실업수당을 지급했다.

WSJ에 따르면 12월초 기준 약 1400만명이 이같은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으로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는 현재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전체 인원의 약 4분의 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 지원 프로그램은 26일 종료된다. 이와 관련, 미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난 3일 “약 1000만명이 26일부터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WSJ은 또 오는 29일에는 미 연방정부가 폐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경기부양안 패키지에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방지하기 위한 예산안이 함께 묶여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고 법안이 발효돼야 미 연방정부가 추가 채권을 발행해 재정을 메울 수 있다. 즉 법안이 28일까지 발효되지 않으면 미 연방정부는 자금 고갈로 29일 자정을 기해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셧다운에 돌입하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 거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늘은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날이지만 수백만 미 가정이 앞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게 됐다”며 “의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초당적으로 통과한 경제 구호 법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같은 책임 회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