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택배전쟁]실버택배 무산…지상배송 두고 갈등 재점화
by김성훈 기자
2018.04.21 08:00:00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 2라운드 본격 돌입
실버택배 무산에 배송 방안 차선책 난항
입주민들 "차량 금지" VS 업계 "차량 들어가야"
배송료 인상에 긍정…논란 해결책 ''주목''
| 지난 9일 오후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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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신중섭 기자] 택배 차량의 출입을 막아 갈등이 불거진 다산 신도시 택배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입주민과 택배업계가 실버 택배 철회 후 제대로 된 배송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다산 신도시 입주민들은 “실버 택배 철회를 두고 세금 도둑이란 오해를 사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반면 택배 업계 측은 “단지 내 차량 진입에 대한 논의 자체가 가로막혀 제자리 걸음이다”는 입장이다.
다산 신도시 입주민들로 이뤄진 총연합회는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발표한 입장문에서 “택배 논란 해결을 위해 택배사와 협의를 진행했다. 인도에 차량만 안 들어오면 된다는 하나의 전제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총연합회는 “택배사에 저상차와 실버 택배, 롤 테이너 활용 등을 제시했지만 이를 거절했다”며 “저상차 개조 비용을 분담하더라도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가 그만두면 그 이후 저상차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에 아무 제안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총연합회는 “추가 비용을 얼마나 더 주면 배송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청원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실버 택배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인도에 차량이 안 들어오게 하는 것을 지키려 비난을 감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택배 업계는 “(추가 비용은) 공식 회의 때 나온 것이 아닌 휴식 시간에 나온 발언”이라며 “현실적으로 특정 지역만 배송비를 더 많이 받는 경우가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도입을 추진하다 철회한 실버 택배에 대한 주장도 엇갈린다.
총 연합회는 “국토부가 중재에 나서자 CJ대한통운이 실버 택배를 하자고 제안했다”며 “지난번에는 실버 택배가 안 된다고 했는데 왜 지금은 되냐고 물으니 ‘옛날이야기는 하지말자’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여러 사안을 이야기하다가 실버 택배로 의견이 모아졌고 그에 대한 의견을 내놓은 것이지 실버 택배가 안 된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며 “단지 내 택배 차량이 다니지 못하는 방안을 아예 배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 지난 9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다산 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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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배송비 인상 논의가 다산 신도시 택배 논란을 해결할 마지막 열쇠로 보고 있다.
총연합회 회장은 “업계 협의 후 입주민 동의까지 얻는다면 택배 비용을 올려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택배 업계 측도 “(배송료 인상 방안이 순리대로 진행된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택배기사 김모씨는 “노동에 상응하는 배송비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량 개수로 계산하는 것이 아닌 단지 전체에 배송하는 택배 물량을 일괄 계산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다산 신도시에 대한 택배 분쟁 조정안을 제시했다. 단지에 보관소를 만들고 물건을 놓으면 단지 내 센터에서 고용한 노인들이 집까지 배달해 주는 방안이다.
그러나 실버 택배 비용 50%를 정부·지자체가 부담하기로 하자 차 없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택배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이라며 반발을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다산 신도시 실버 택배 비용을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청원에 23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공감을 나타냈다.
악화한 여론에 놀란 국토부는 “국민의 여론을 수용해 아파트 단지 내 택배차량 통행을 거부하는 경우 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을 찾는 것으로 정리했다”며 실버 택배 지원을 철회했다.
|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 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기사들이 놓고 간 택배 물품이 쌓여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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