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10.12.19 14:30:00
시장 혼란 최소화 역점..단·중·장기따라 부과요율 차등화
외환시장 규제 3단계 정책수단 확보..은행권부담 2.4억달러 추산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정부가 은행세(거시건전성부담금)를 도입키로 한 것은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시켜 대외 부문을 통한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는 외국인채권투자 과세부활,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와 함께 대외 경제 여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우리 정부가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은행세 도입은 금융권의 무분별한 외화차입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수단이란 점에서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 ▲외채구조 개선 ▲과도한 차입 억제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19일 내놓은 거시건전성부담금 도입 방안을 살펴보면 외화 차입에 대한 규제 의지는 밝혔지만,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모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지만 비예금 외화 부채의 9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권을 대상으로 은행세를 부과키로 했다.
제도 도입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외화조달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라 단기(1년 이내), 중기(1년 초과~3년 이내), 장기(3년 초과) 등 기간별로 부과 요율을 차등화했다.
요율에 대해선 정부는 정책도입 효과, 금융기관 부담수준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추후 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권에선 요율이 단기 20bp(0.2%), 중기 10bp(0.1%), 장기 5bp(0.05%)로 부과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권의 연간 예상 부담 규모는 2억4000만달러 추정된다.
은행권의 부채에는 예금부채와 비예금 부채로 나눠진다. 예금부채에는 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가, 비예금부채에는 원화·외화차입, 은행채, 파생상품, 콜머니 등이 포함된다.
은행세가 부과대상은 비예금부채 중 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외화 예수금을 뺀 비예금 외화부채만이다. 한 때 정부는 비예금 원화 부채에 대해서도 은행세 부과가 검토됐지만,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추후 국제적 논의 동향 및 금융시장 상황을 봐가며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으로 전 세계 자금은 안전자산을 찾아 신흥국에서 빠져나왔다. 한국에서는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무려 695억 달러의 외화가 빠져나갔다. 그중 70%(487억 달러)는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 외채였다.
정부는 이때부터 단기 외채에 규제를 가해 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즉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 한국의 외환시장을 위기로 몰아가는 핵심 요인에 칼을 대겠다는 의미였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그동안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올 6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의 비(非)예금부채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와는 별도로 올해 6월 은행의 선물환 거래 규모를 제한하는 내용의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발표했고, 한 때 폐지했던 외국인 채권 투자에 따른 비과세도 과세로 부활시켰다.
일련의 자본유출입 규제 방안은 이번에 정부가 금융권의 외화차입에 대한 은행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최종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은행세와 관련해 미국의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에 대해 자금회수를, 유럽의 경우 미래 위험에 대비한 펀드 조성의 성격이 짙은 반면 우리나라는 자본유출입에 대한 변동성 축소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은행세는 경제위기 때 외화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서 도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