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라이브시티' 공사 중단 장기화…"골든타임 잡아야 킨텍스와 시너지" [MICE]
by이선우 기자
2023.10.20 08:04:41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직격탄
정부에 완공기한 연장 사업 조정 신청
킨텍스 배후 연계시설로 시너지 기대
K팝 등 K컬처 열풍 국내 유입 효과도
"경기북부 산업·문화 지형도 바뀔 것"
| 착공 1년 6개월 만인 지난 4월 공사를 일시 중단한 CJ라이브시티 건립 현장.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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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경기 북부에서 추진되는 민간투자 개발사업 중 건국 이래 최대 규모(2조원)인 고양시 장항동 일대 ‘CJ라이브시티’ 공사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달 중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CJ라이브시티가 지난 13일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PF 조정위원회에 완공 기한 변경 등 사업 조정을 신청하면서다.
조정위 심의, 조정합의 대상인 경기도와의 협상 등 일정을 감안하면 연내는 물론 내년 상반기 공사 재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공사 중단 사태가 1년 넘게 장기화되는 셈이다. CJ라이브시티는 당초 내년이던 완공이 한없이 뒤로 밀리면서 이달 말 인천 영종도에서 개장하는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국내 1호’ 아레나 타이틀도 넘겨주게 됐다.
킨텍스는 GTX(수도권광역급행열차) 개통과 함께 열악한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CJ라이브시티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시너지 효과는커녕 늘어난 시설 운영에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고양시의 역점사업인 일산테크노밸리, 고양 방송영상밸리의 성패를 좌우할 입주기업 모집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1년 10월 착공한 CJ라이브시티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으로 늘어난 공사비에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지면서 지난 4월 공사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공사 재개를 위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경기도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한 완공기한 연장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3전시장 건립비 상승 문제에 맞닥뜨렸던 킨텍스는 조달청, 기획재정부 심의를 통해 4853억원이던 예산이 6545억원으로 1692억원(35%) 증액됐다. CJ라이브시티는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과 공사비 증액 관련 협의를 마무리한 상태로 전해졌다.
2016년 시작된 CJ라이브시티 조성사업은 대화동 일산테크노밸리, 장항동 고양 방송영상밸리와 함께 킨텍스의 주변 인프라 수준을 높여줄 배후시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축구장 46개 규모 33만㎡ 부지에 최대 2만명을 수용하는 다목적 공연시설(아레나)과 영화·드라마 스튜디오 등 다양한 K콘텐츠 체험시설이 들어서 방문객 유입은 물론 체류시간을 늘리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특례시 승격에 이어 베드타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족도시로 변신을 꾀하는 고양시 입장에서도 CJ라이브시티는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랜드마크로서 가치와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은진 고양시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산테크노밸리, 고양 방송영상밸리는 산업기반 시설이지만 CJ라이브시티는 콘텐츠 기획, 제작 등 생산부터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공간이라는 점에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킨텍스와 고양시는 시설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변 인프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간 600만명이 킨텍스를 방문하지만, 체류시간과 지역 내 소비를 늘려줄 다양한 연계시설이 없어 국내 최대 규모 전시컨벤션센터 운영에 따른 경제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고양시가 올해 킨텍스와 GTX역 일대 지하공간 개발 검토에 들어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3전시장 착공에 들어가는 킨텍스 입장에서도 CJ라이브시티는 중요한 이슈다. 전시장 규모가 10만8000㎡에서 17만 8000㎡로 65% 가까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입인구를 늘릴 시설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킨텍스는 CJ라이브시티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하 GTX킨텍스역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출구를 킨텍스 1전시장과 CJ라이브시티 방면으로 추가 설치하기로 국토부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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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마이스 등 관련 업계에선 CJ라이브시티의 성공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인 미국 에이이지(AEG)가 공동 운영사로 합류했다는 점도 CJ라이브시티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영국 런던 오투(O2) 아레나, 독일 베를린 메르세데스 플라츠,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 등에서 160개가 넘는 아레나를 운영 중인 AEG는 2019년 CJ라이브시티와 합작 법인(CJ라이브시티·AEG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을 설립할 예정이다.
AEG는 이례적으로 합작 법인에 CJ라이브시티와 대등한 비율의 지분을 직접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엔 마이클 피츠 모리스 AEG 아태 부사장이 직접 방한, 이동환 고양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용우, 홍정민 의원 등을 만나 CJ라이브시티 공사 재개 필요성과 협력 방안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AEG가 국내 기업과 단순 컨설팅이 아닌 직접 투자와 운영을 위해 합작법인을 세운 건 CJ라이브시티가 최초”라며 “AEG 측과는 협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CJ라이브시티 가동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고양시가 K팝 등 K컬처 성지가 되면서 경기 북부 지역의 산업·문화 지형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 대형 전문 공연장이 없어 체육관 등을 전전해야 했다”며 “CJ라이브시티 아레나는 K팝, 영화, 드라마 등 세계적인 K컬처 열풍의 직간접적 효과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률 17%에서 공사를 중단한 CJ라이브시티가 킨텍스 3전시장이 개장하는 2027년 동시에 가동되려면 최소 내년 상반기 중에는 공사를 재개해야 할 것으로 건설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종합 건설사 관계자는 “전체 단지 조성은 둘째치고 아레나 완공에만 최소 30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준공허가, 시범가동 등 준비기간까지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가 최소한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