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은행 사태, 국내 은행 전이 가능성 제한적"
by이은정 기자
2023.03.28 08:07:13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해외 은행 리스크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BNK투자증권은 28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2019~2022년 대규모로 유입된 예금의 79%를 10년 초과 유가증권 중심으로 운용된 점을 짚었다. 금리 상승 및 유동성 위험에 취약한 구조다. 실제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만기보유증권 미실현손실 170억달러, 예금인출에 대응하기 위한 유가증권 매각으로 18억달러 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미국(총자산 2500억달러 미만 규제 미적용)과 달리 국내 은행은 금리 및 유동성 위험에 대해 유동성 커버리지비율 및 순안정자금 조달비율을 엄격하게 적용 중이란 설명이다. 자산의 많은 부분을 대출로 운용하고 있어 SVB와 다른 구조다.
크레디트스위스(CS) 리스크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했던 지난 10월부터 노출된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손실에 따른 손익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문제는 UBS로의 피인수과정에서 CS의 AT1 채권 약 173억달러를 전액 상각한다는 결정이다. AT1은 특정한 조건(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 등) 발생 시 투자자 동의 없이 전액 상각하거나 주식으로 전환되는 조건 등이 있는 신종자본증권이다.
반면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는 일반적으로 AT1 채권(Additional Tier 1 Bond)과 T2 채권(Tier 2 Bond)으로 구분한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보다는 선순위로 인식됐으나, CS 주식은 UBS 주식으로 교환돼 가치가 일부 보존된 반면 AT1 채권은 전액 상각돼 보장 받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우려로 일부 유럽 은행(특히 2016년 코코본드이자 미지급 사례가 있던 도이치뱅크)의 CDS 프리미엄 상승 및 주가가 급락하면서 리스크 전이 우려가 대두됐다. 김 연구원은 “다만 도이치뱅크는 2015년 이후 부진한 실적과 달리 2021년 이후 큰 폭으로 이익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이자 미지급 우려는 과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및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등의 유동성 규제를 적용 받고 있어 이에 따른 리스크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출 및 유가증권 비중 고려하면 금리상승 리스크도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높은 대출 비중과 금리상승 시 대출금리가 먼저 상승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큰 폭으로 개선돼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위험지표인 CDS프리미엄 또한 매우 낮은 상황이란 평이다.
김 연구원은 “향후 신종자본증권 발행시장이 경색되면서 추가 발행 제한과 이자비용도 증가할 가능성 높지만, 국내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비중은 자기자본 대비 10% 미만으로 높지 않다”며 “우량한 이익구조 감안하면 발행 제한보다는 이자비용 증가 가능성이 높으나 지배주주순이익 대비 5% 미만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