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이재명 ‘사법리스크’, 혼란에 빠진 정국[명절밥상 정치이야기]
by이수빈 기자
2022.09.11 13:00:00
추석 앞두고 검찰, 이재명 민주당 대표 기소
민주당 `이재명 지키기` 총력
이 대표는 `나홀로 민생` 행보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민주당은 여당을 향한 공세와 정부에 대한 고발로 맞대응하며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결국 이 대표가 취임 일성에서 강조한 민생은 뒷전이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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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국회가 개원한 지난 1일, 이재명 대표가 검찰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이 대표의 보좌관은 “전쟁입니다”라는 표현을 쓰며 `사법 리스크`의 시작을 알렸다. 이 대표 취임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바로 전날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대비한 의원 워크숍을 열고 `22대 민생 입법 과제`를 발표하며 민생 이슈 선점에 나섰지만 이 대표의 검찰 소환이 알려진 후 당의 역량은 오로지 `이재명 지키기`에만 집중됐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기도 했다. 사법적 책임을 이 대표 개인이 아닌 당 전체가 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생을 가지고 의총을 연 적은 있나”라며 당이 사정 정국에 잠식되는 것을 우려했다. 조응천 의원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되면 인계철선이 돼서 당 전체가 끌려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불편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대표가 당의 총의를 받아들여 검찰에 불출석하자 검찰은 경기도청 압수수색으로 맞대응했다. 바로 다음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 혐의로 고발하고 `김건희 특검법` 발의해 대립각을 세웠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결국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지역에서 명절 인사를 하던 당 지도부는 비상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반협치의 폭거”라고 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정치탄압의 추석 선물을 폭탄 투하하듯 던졌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발표에 촉각을 세우고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대응 방향을 밝힐 계획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에게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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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전부터 예고된 것이다. 이번에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비롯해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가 마주할 사법 이슈가 쌓여있다.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도 함께다.
이 때문에 이 대표를 향한 검·경의 수사 및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민주당은 무엇보다 대표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에 따라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당 역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대선 선거 비용 약 434억원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당 전체의 리스크가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가 태풍 `힌남노` 피해가 심각했던 포항 지역을 찾아 현장을 둘러볼 때에도 당 지도부는 국회에 남아 김건희 특검법 발의, 윤석열 대통령 고발 등을 이어갔다.
그간 검찰 수사와 관련해 발언을 자제한 이 대표는 기소가 발표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억지기소에는 늘 그래 왔듯 사필귀정을, 국민과 사법부를 믿으며,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민생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나홀로 민생`을 이어간다 해도 지도부는 `이재명 방탄`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긴 어렵다. 결국 민주당이 매일 강조하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인한 시름하는 민생 경제를 위한 고민은 실종된 채 사정정국으로 혼란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