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민주 기자
2017.01.05 06:57:57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난 2일 밤 어느 종편의 ‘신년 특집 대 토론 : 2017년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를 시청했다. 이재명 성남 시장, 유승민 의원, 전원책 변호사, 스타 작가 유시민씨 등이 출연해서 그런지 종편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정부와 국가, 보수와 진보, 성장과 분배에 대한 시대 정신과 개혁적 가치관을 곱씹어 보게 됐다.
시청자 입장에서 나는 출연자들이 토론 제목처럼 좌초 위기에 처한 한국이 가야할 방향과 비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우선 개혁 비전이 모호했다.유승민이 묻고 이재명이 답한 이른바 대선 주자 상호 검증 부분을 보자.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해법 같은 거대 담론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이내 부정부패, 공정 기회쪽으로 미끄러져 버렸다. 전원책 변호사와 이재명 시장은 국내의 ‘실효법인세율’이 얼마인지를 놓고 팩트 대결을 하느라 시간을 소모했다. 이재명 시장이 “국내 10대 그룹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OECD의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12%”라고 하자, 전원책 변호사는 “우리나라 실제 법인세 실효세율이 16%가 넘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런 얘기를 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종편이 끝난 후 확인해보니 실효법인세율의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엽말단의 논쟁으로 시청률은 높아졌지만 무의미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질문자 유승민도 물음만 투척했지 방송 시간 탓인지 그냥 변죽만 울렸을 뿐이었다. 각론도 본론도 못 챙긴 토론이었다.
그러고 나서 토론자들은 차기 정부와 국가 성장 전략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해 한국의 미래 성장은 국가 전략이나 다음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좌든 우든 야당이든 그 어떤 리더십이 톱 다운(Top-down) 방식으로 국가를 이끌어가고 계획하는 혼합 경제 기조는 이제 종언을 고했기 때문이다. 창조 경제와 문화 융성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의 실패를 우리 국인들은 확인했다. 이제 국민들은 가슴에 돋는 칼로 위정자들과 부역자들 도려내고 있는 중이다. 때로는 생업도 접어가면서 말이다. 이젠 누가 불러주는대로 답안 작성할 납세자는 빠르게 자취를 감출 터이다. 대통령이든 누구 브레인이든 경제 전문가든 입 닫는게 더 나은 새 판국에 들어서고 있다.
해서 경제대통령이나 신성장 동력 같은 ‘허깨비’ 말고 그야말로 작은 성장, 일상적이고 실질적인 생활 공동체 그리고 소프트 앤드 스마트웨어 자원에 집중하는 지혜를 강조하고 싶다.
작은 성장은 개인, 사회, 국가로 진행되는 성장 동심원을 말한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 같은 개인이 뉴스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면 기존 미디어 사회가 증폭하고 나중에 국가는 다국어 서비스도 넣고 프로 콘텐츠로 재창조해 글로벌 슈퍼 플랫폼으로 지원하면 된다. 개인 작가 웹툰에서 출발해 네이버, 다음이 유통하고 tVN같은 방송사들이 드라마로 판을 키우는 문화상품 경로가 바로 국가 성장전략 탄생이다. 국가는 미국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이나 중국의 텐센트, 알리바바 같은 슈퍼 플랫폼으로 부터 우리 문화상품을 지키고 더 많이 러 높게 제값 받도록 하면 된다.
중국이 사드 문제로 한한령에 이어 금한령까지 치닫기 전에 KBS-1, 2 TV 채널 횡금 시간대에 대장정이나 홍루몽같은 중국 핵심 콘텐츠들을 과김하게 편성해 갈등을 풀면 된다. ‘케이팝’ 같은 용어에서 ‘K’를 제외함으로써 중국과 함께 실리콘 드래곤을 공조해 실리콘 밸리와 할리우드를 넘어서는 문화굴기를 꾀할 수도 있다.
괜히 큰 정부 만들어 리더가 직접 골 넣고 세레모니 하려 꿈도 꾸지 말라. 이보 후퇴를 하듯이 다음 정부는 그 무엇을 성장전략으로 못 박지 말고 국민을 믿고 오로지 오픈 시스템으로 담백하게 열어주길 바란다.
머리끝까지 열받은 에너지를 몸 아래 바닥으로 한껏 내릴때 중국 실리콘 드래곤마저 넘어 한국이 소프트웨어 파워로 새 나라를 키우는 실리콘 타이거로 우뚝 설 거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