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소주에 부는 복고바람..'여심 흔들'

by김태현 기자
2015.08.20 08:13:03

깻잎부터 수박까지..''쿡방'' 열풍에 소주 칵테일 인기
나만의 레시피 개발..과일, 채소, 탄산수 등 제조법도 가지각색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한국에서 오랜만에 친척들과 여름휴가를 즐기게 된 재미교포 김찬주(30) 씨의 고민은 하나다. 어른들과 쓰디 쓴 소주를 강제로 들이켜야 하는 한국식 술 문화가 영 익숙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저녁상에는 소주 대신 익숙한 칵테일이 놓여 있었다. 미국에서도 즐겨 마시던 칵테일 ‘모히또’다. 깻잎으로 만들었다는 ‘한국식 모히또’의 맛은 평소 마시던 모히또와 달랐지만 달콤한 맛 덕분에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소주 시장에 ‘복고바람’이 불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주에 과즙이나 식초, 채소를 섞어 마시던 소주 칵테일 열풍이 2015년 주류업계를 다시 흔들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방송에서 소주 칵테일이 잇따라 등장하며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요리 사업가인 백종원이 방송에서 선보인 깻잎 모히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기 메뉴로 떠올랐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5~7월 레몬과 깻잎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35.4%, 20.9%씩 증가했다. 레몬은 흔히 사용되는 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판매량이 대부분 일정한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매출 증가율이다.

깻잎 모히또 (사진=롯데주류 제공)
깻잎 모히또의 장점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깻잎, 레몬, 설탕, 소주면 충분하다. 또 깻잎의 초록색과 레몬의 노란색으로 어우러진 조화로운 색상도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충분하다.

시골에서 제한된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 ‘삼시세끼’에는 수박을 통째로 활용한 ‘수박주’가 등장했다.

깻잎 모히또보다 제조법이 번거롭긴 하지만 수박소주에도 애주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박 한 통을 파내고 소주를 넣어 대규모 소주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 덕분에 가족, 친구들과 단체 여행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과즙소주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던 주류업계도 소주 칵테일의 부활에 새로운 소주 만들기에 한참이다. 유자맛 소주인 ‘처음처럼 순하리’로 과즙소주 열풍을 몰고 왔던 롯데칠성음료는 유자와 복숭아에 이어 깻잎을 활용한 소주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무학 등 업체들 역시 깻잎은 물론 페퍼민트 등 허브를 활용한 소주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주류 조판기 상품개발팀장은 “순하리 개발 과정에서 유자와 복숭아 외에 감귤과 깻잎을 활용했던 레시피에 대한 기대도 컸다”며 “깻잎은 중년층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를 활용한 칵테일은 일반 칵테일과 달리 손쉽게 원하는 맛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저렴한 소주를 활용할 수 있어 가격 부담도 적다. 덕분에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넣어 소주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순하리가 출시 초기 품귀현상을 빚었을 때는 직접 유자맛 소주를 만들어 먹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유자 음료수를 넣는 간단한 방법이다. 편의점 체인 CU에 따르면 순하리가 본격적으로 품귀 현상을 보인 5~6월 유자맛 음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 증가했다. 겨울이 아닌 초여름에 유자 음료 판매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5~6월 품귀 현상을 보인 순하리 (사진=롯데주류 제공)
레모네이드 가루, 아이스티 가루 등을 소주와 섞거나 홍초, 미초 등 맛 식초를 소주에 넣어 마시는 ‘나만의 칵테일’ 레시피도 인기다. 소주에 과일뿐만 아니라 탄산수까지 여러 재료를 넣어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숙취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오이 등 채소를 넣는 일도 흔하다.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주 칵테일을 검색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레시피를 만날 수 있다.

소주와 과일, 채소 등을 직접 섞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소주 칵테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술에 대한 문화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취하는 것’보다 ‘맛’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젊은 층에서 맛있는 술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소주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맛 좋은 술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 과즙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넣은 소주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