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11.09.13 15:59:31
박재완장관 "하방위험 커져, 내년 성장률 하향조정" 시사
현대경제연구원 "내년 경제성장률 0.2%포인트 낮춘 4.0%"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한국 경제의 하방위험이 커지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경제정책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방위험을 언급하며 내년 성장률을 소폭 하향 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13일 "내년 경제성장률을 4.8%로 내다봤는데 이달 말 예산을 제출할 때 변경될 수 있다"며 "하방 위험이 있고, 이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예산을 제출할 때 최대한 근접한 전망치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재정위기가 우리 수출이나 내수, 일자리,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가장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국내 경기의 위축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12일 유럽 은행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프랑스 파리 증시인 CAC 40 지수는 4.03%,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63%,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지수는 2.27%가 각각 떨어졌다. 같은 날 이탈리아와 스페인 시장의 주가도 각각 3.89%, 3.41% 하락했다.
이에 따라 각국 부도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2일 현재 이탈리아가 전날보다 41bp(1bp=0.01%) 오른 506bp, 스페인이 19bp 오른 430bp, 프랑스가 11bp 상승한 189bp를 나타냈다. 한국도 154bp로 11bp 올랐다.
재정부는 유럽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13일 오후 3시 과천청사에서 신제윤 1차관 주재로 국제금융국 등 해당 라인이 참석한 가운데 내부 회의를 열어 유럽 시장 불안에 따른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을 점검했다.
이처럼 유럽 및 미국의 재정위기 확산, 국내 경제 악영향 우려가 커지면서 민간 연구소도 내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공개한 '2012년 국내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수경기는 올해 기조가 유지되겠으나 세계 경기 회복세 약화로 인한 수출 둔화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 전망치인 4.2%보다 0.2%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은 신흥개도국 수출이 나아지겠지만, 주요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14% 증가에 그치고 수입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16%가 증가할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도 조만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대외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내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3.8%로, 씨티그룹이 4.3%에서 3.7%로, UBS가 3.8%에서 3.3%로 조정한 바 있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 여건이 악화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