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宗家) 설 차례상, 알고보니 간소하네(VOD)

by조선일보 기자
2009.01.22 12:00:00

떡국·나박김치·포·과일·술이 전부… 불황기 ''차례상 군살'' 빼보자

[조선일보 제공] 닷새 앞으로 다가온 설. 주부들은 지난해 대비 9% 이상 오른 차례 비용 때문에 스트레스다. 대형유통업체에서 국산으로 재료를 구입할 경우 차례상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22만2495원(농수산물유통공사). 어디 한 푼이라도 줄일 데 없을까.

그런데 종가(宗家)음식 연구가 이연자씨는 요즘 명절 차례상을 살펴보면 '군살'과 '허례'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전국의 종가를 110곳 넘게 다녀본 결과, 기제사가 아닌 명절 차례상은 아주 간소한 제물로 차린다"고 말한다. 설 차례상의 경우 떡국, 나박김치, 포, 과일 한 접시, 술 또는 차가 전부. "가례집람(家禮輯覽)에 따른 것이죠. 특히 설에는 떡국이 있기 때문에 밥, 탕국, 나물이 필요 없어요. 포나 고기전도 술 안주로 얹는 것이니까 둘 다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면 됩니다." 그래도 집안마다 전통이 있으니 극단적으로 생략하기는 어려울 터. 그래서 요리연구가들에게 물었다. 설날 차례상에서 군살 빼는 비결, 더불어 뱃살도 빼는 비결!



최승주 올리브쿠킹 스튜디오 대표는 떡국 끓일 때 사골국물만 포기해도 5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식의 고수 박종숙씨도 "사골대신 양지머리 쫑쫑 썬 것을 국간장에 달달 볶다가 육수를 내면 더 맛있다"며 권한다. 요리사 배은주씨는 "쇠고기 육수 대신 다시마, 버섯, 굴로 국물을 내 떡국을 끓이면 맛이나 다이어트 면에서 일석이조"라고 충고했다. 차례상에 올리지는 않지만 명절음식으로 준비하는 갈비찜도 과감히 생략하자. 최승주씨는 "4~6인분 준비하려면 갈비 값만 해도 수입은 6만~8만원, 한우는 10만원 정도 든다"면서, "돼지갈비를 이용해 강정조림처럼 요리하면 최소 3만~4만원은 절약된다"고 말했다.

▲ 종가 음식 연구가 이연자씨가 차린 간소한 설 차례상. 떡국 두 그릇에 나박김치를 곁들였고 과일도 밤, 곶감, 대추로만 올렸다. 이연자씨는“허례를 버리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례상 한복판을 차지하곤 하는 쇠고기산적도 고려 대상. 배은주씨는 "보기에도 시커멓고 식으면 금세 딱딱해지는 데다 양념에 염분이 많아 여러모로 득이 없는 음식"이라고 단언한다. 차라리 부드러운 닭가슴살에 소금과 후추를 약간씩 뿌려 달걀물을 입힌 뒤 연한 불에 살짝 부쳐내면 촉촉하고 맛있다. 요리연구가 한명숙씨는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로 산적을 만들면 부드럽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최승주씨는 "육전을 부칠 때 쇠고기와 돼지고기 간 것을 섞어서 요리하면 훨씬 맛있다"고 말한다. 어쨌든 쇠고기 산적만 빼도 5만~6만원은 뚝딱 절약된다.





'전'류도 생선, 고기, 채소 군에서 1가지씩만 하는 게 좋다. 박종숙씨는 "겨울이니 녹두전, 돼지고기 동그랑땡, 동태전"을 추천했고 녹두전이 귀찮으면 무전이나 배추전도 맛있다고 했다. 나물도 삼색이면 족하다. 특히 겨울에 맛있는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면 끝. 도라지 대신 무나물이나 숙주를 써도 좋고 생채는 나박김치 하나면 족하다. 과일도 평소 5가지 올렸으면 3가지로 줄이는 게 경제적이다. '사과+배+감'이나 '대추+밤+곶감' 식으로. 감이 있으면 곶감은 안 올려도 된다. 이연자씨는 "그래도 기제사처럼 격식을 갖추고 싶다면 조율이시(棗栗梨枾), 즉 대추+밤+배+감 정도만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이연자씨는 "검소한 퇴계 이황 선생 집안에서는 차례상에 유밀과를 놓지 않았다"고 전한다. 실제로 차례상의 가짓수를 채우기 위해 올리는 옥춘(동그란 쌀가루 사탕)이나 한과 종류는 허례다. 이연자씨의 경우 직접 만든 다식 한 가지만 정성스레 올린다. 술이나 차 종류가 있으면 수정과나 식혜는 생략해도 좋다.






▲ 설을 앞두고 종가음식연구가 이연자씨가 간소한 설차례상을 선보였다. /이진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