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포기 2만원” 기후플레이션 근본 대책 세워야[생생확대경]

by오희나 기자
2024.09.26 06:10:00

김장철 앞두고 배춧값 급등…밥상 물가 '몸살'
한은 "이상기후 충격 기여도 인플레이션 10% 달해"
기후플레이션 '상수'로…"해법 모색해야"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세계적인 이상 기후 현상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 폭염과 폭우로 인한 작황 악화나 어종 변화, 여기에 전쟁까지 농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일상이 됐다. 김장철이 코앞인데 2만원이 넘는 배추까지 등장하면서 ‘한우보다 비싼 배추’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배추값’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장기간 이어진 기록적 폭염으로 생육 환경이 좋지 못해 배추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배추의 주 생산지로 꼽히는 강원도도 예년보다 낮 최고기온이 30℃가 넘는 기간이 길어지는 등 기후 여건이 좋지 못했다. 김장채소류 생육 부진은 배추뿐 아니라 무, 대파, 양파 등 대부분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금사과, 금파에 이어 금배추, 금무까지 소위 ‘금 채소’ 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하고 2020년 이후 이상기후가 산업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023년 이후 이상기후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기여하는 정도가 10%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간(2001~2023년)에도 산업생산 증가율이 1년후 약 0.8%p 정도 하락하고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9개월 가량 지속됐다. 특히 식료품 및 과일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지속성이 과거대비 더 길어지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국내 물가를 움직이는 요인으로 기후 변화가 이제는 큰 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한 수입 물량 증가에 따라 농축수산물 대체효과가 커지곤 있지만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그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밥상물가 상승은 우리나라만 겪는 현상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커피 원두, 오렌지주스, 코코아, 올리브유 등의 가격이 기상 이변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은 베트남과 브라질이 가뭄과 냉해를 겪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로부스터 원두 가격은 올 들어서만 75% 이상 급등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 또한 올 들어 73% 이상 올랐다.

올해 초 적도 부근에서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 때문에 카카오 생산량이 급감해,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 선물 가격은 사상 최초로 t당 1만달러를 넘겼고 초콜릿과 제과류 가격 인상을 촉발했다. 최대 오렌지 산지인 미 플로리다주에선 기후변화와 병충해 확산으로 수확량이 줄면서 냉동 농축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기후플레이션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 기후로 인해 밥상 물가가 오르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올라온 만큼 물가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본 상수로 둬야 한다는 의미다.

밥상 물가 안정은 서민들의 기본적인 생존권이다. 때마다 구호처럼 들리는 ‘물가안정 동참’이나 ‘물가잡기 세일’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